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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핵에 동시 거리 두는 미ㆍ중...안보 전략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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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5.12.08 05:00:00
미국과 중국이 각각 발표한 안보 전략 문서에서 그동안 명시해온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를 삭제해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지난 5일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전 2017년과 2022년 보고서에 넣었던 한반도 비핵화 추진 부분을 삭제했다. 중국도 앞서 지난달 27일 백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에서 이전 2005년 백서와 달리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표명하는 문구를 빼버렸다.

한반도 안보 지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중 두 나라가 동시에 북한 핵 문제에 대해 거리 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그렇다고 곧바로 두 나라가 북한 핵 보유를 용인하기로 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 안보 전략의 초점을 중국 견제에 확실하게 맞추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 NSS 보고서는 그 일환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우선 과제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해 대만 분쟁을 억제하는 것”을 꼽았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핵 대응은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중국도 북한 핵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 언급을 회피하는 전략적 모호성이 유리하다고 여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북한 핵 보유에 대한 ‘암묵적 용인’으로 흐를 수 있어 우려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대화할 뜻을 거듭 밝혀 왔고, 이를 위한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핵 문제와 거리 두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최대의 전략적 지렛대로 삼고 있음을 고려하면 향후 미·북 관계에 진전이 있을 경우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암묵적 용인이 어떤 형태로든 공식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로서는 국가 안보 전략을 전면 재점검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북한 핵에 대한 미·중의 암묵적 용인은 물론 그 이전의 거리 두기만으로도 북한 핵의 위협은 커진다고 봐야 마땅하다. 미국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핵우산의 위력도, 북한 핵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억지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여건에서 우리의 자주적 국방력이 충분한지를 재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하루빨리 보강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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