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기반 은행인 SVB는 증권 포트폴리오 손실 및 벤처캐피탈 자금 유입 둔화에 따른 예금난으로 대차대조표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자금조달에 실패한 SVB에 대해 캘리포니아 정부는 폐쇄 명령을 내렸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지정했다.
FDIC 기준에 따라 예금주당 25만달러까지 예금자 보호가 제공되며 미국 규제당국은 이에 더해 보험대상 한도에 관계없이 예금 전액을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지급을 위한 자금 조달은 SVB 자산 매각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며 SVB 자체에 대한 매각도 현재 시도 중이다.
모승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개인 고객 비중이 높은 일반 상업은행과 달리 SVB는 벤처캐피탈 자금 등에 편중된 예금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며 “또 대부분을 장기 국채, 주택저당증권(MBS) 등 채권형 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면서 시장위험을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다만 SVB처럼 채권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스타트업 등 벤처캐피탈 관련 자금에 치우친 예금 조달 등 허술한 리스크관리는 업체 고유 위험으로 봐야 하며 과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모 연구원은 “이것이 건전한 은행들에 대한 과도한 뱅크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미 정책당국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최우선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 금융당국은 건전한 타 은행에서 과도한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우려를 완화하는 역할을 최우선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모 연구원은 “지난 12일에는 SVB의 예금 안전 보장을 위해 재무부 자금으로 연준이 제공하는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며 “또 미 재무부는 FDIC와의 공동성명에서 SVB 예금주들이 13일부터 예금에 접근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SVB 관련 손실은 납세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 연준의 직접 구제금융 가능성은 빠져 있어, 이런 이슈가 은행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소형 지방은행 파산가능성도 낮다고 진단했다. 모 연구원은 “SVB와 같은 소형 지방은행 등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가 우려되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투심이 악화되는 모습이지만 SVB는 만기보유 및 매도가능증권 전체 규모가 전체 예금 규모의 68%에 육박했다”며 “결국 SVB는 유동성 차질로 만기보유 계정의 국채 및 MBS를 시가에 처분(손실 실현)하면서 자멸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시스템 리스크라기보다는 경영 실패에 따른 시장 퇴출에 가깝다는 것이다. 정책당국과 연준의 빠른 대처와 시장 심리 안정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모 연구원은 “시장참여자 다수가 SVB 이슈가 은행 산업의 리스크가 아닌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임을 빠르게 깨닫게 된다면 오히려 회사채 가격은 통화정책 및 거시경제 변화에 다시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자체가 지난 의회 증언보다는 덜 매파적일 가능성이 있어 채권 투자 관점에서는 이번 이슈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