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rd SRE][Issue]K-ESG는 일회용이었던가…시큰둥한 채권시장

지영의 기자I 2022.11.21 07:53:00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밀려난 ESG
피로감·회의감 물씬
중요도 하락 의견 다수…경쟁력 있나 의구심만↑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의미 없는 일회성 정책이었다”

33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중 ESG 투자에 대한 의견 조사에서 돌아온 시장 참가자들의 답변에는 피로감과 회의감이 묻어났다. 팬데믹 기간에 확 달아올랐던 ESG에 대한 관심도가 한풀 꺾인 양상이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비재무적 요소에 방점을 두는 ESG 투자 기조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33회 SRE에서 채권 투자 시 ESG 요소를 고려하냐는 질문에 203명의 시장 참가자들은 3.39점(5점 척도, 매우 그렇다 5점~ 매우 그렇지 않다 1점)으로 답했다. 지난 32회 SRE에 같은 질문 점수는 3.90점으로, 이번 조사에서는 0.51점 낮아졌다. 직전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이 채권 투자에서 ESG를 고려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으나, 최근 1년 사이 그같은 경향이 사그라든 모양새다. 특히 직군별로는 CA가 3.22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줬고, 비CA가 3.47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연기금 담당자 및 금융투자업계 리스크 담당자, 심사부 등이 포함된 기타 응답자 점수는 3.33점, 채권매니저(MG)가 3.54점으로 나타났다.

향후 채권 투자에서 ESG를 고려할 계획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3.51점에 그쳤다. 32회 SRE(4.03점) 대비 0.52점 낮아진 수준이다. 현재 고려 정도와 향후 고려 의향 모두에서 전반적인 의욕 감소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ESG를 고려하는 이유에서도 이전 대비 확연한 온도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33회 SRE에서도 ESG를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한 질문에 ‘연기금 등 글로벌 자금 유입 전망(36.9%)‘이 1위를 기록했지만 32회(46.8%) 대비 비중이 큰 폭 줄었다. ESG 채권에 국내외 기관 등 ’큰손‘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2위 역시 지난 조사와 동일한 ’기후변화·공중보건 등 글로벌 이슈로 관심이 확대(28.1%)‘ 항목이 차지했으나, 역시 직전 응답(36.4%) 대비 감소했다.

두 항목 대신 크게 점수가 오른 답변 항목이 있었다. ‘투자자로서 이미지 제고(26.1%)’다. 32회차에는 해당 답변이 11.7%에 그쳤으나 33회차에 14.4% 증가했다.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자금 유입 기대감은 줄었으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고려하는 모양새다. 기타 의견 중에서는 ’의미 없었던 일회성 정책‘이라는 답변과 ’주식 대비 채권은 ESG 투자 메리트(이점)가 적은 것 같다‘는 답변도 나왔다.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ESG 채권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채권 투자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요인을 묻는 질문에 ‘투자측면 수익률 등 상품경쟁력 불확실성(50.7%)’이 1위를 기록했다. 32회(44.8%)·31회(38.3%)에도 1위를 기록했던 ESG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상황이다. 장애요인 2위로는 ’ESG채권에 대한 인프라 미흡(19.7%)‘이 꼽혔다. 다만 해당 항목은 32회(28.6%)·31회(30.6%) 조사 대비 큰 폭 감소세를 보였다. 다음으로 장애요인으로 꼽은 답변은 ’미흡한 정부 정책지원(11.8%)‘, ’수요측면 연기금 등 기관 불명확한 스탠스(10.8%), 금투업계 내부 준비부족(5.4%) 등의 순이었다.

SRE 자문위원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시장 불안이 겹쳤다. 그러나 회의론이 만연하고 믿음이 줄어든 경향은 있을지라도 ESG는 결국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 때문에 밀려났지만 진정되면 재차 대두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미 많은 가이드라인과 합의가 생겼다. 이제는 금융지주사나 증권사 등이 갑자기 민간 석탄발전사업자인 삼척블루파워에 투자하는 등의 경향을 보일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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