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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술핵부대 훈련지도…핵위협 노골화(종합)

이유림 기자I 2022.10.10 10:12:38

北, 김정은 지도 아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
한미 비난…"연합훈련 등으로 지역 긴장 고조시켜"
소형 핵탄두 탑재 가능성 시사…대화 여지 차단
"당분간 강대강 국면"…美선거 이후 전망 엇갈려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핵무장을 통한 체제 강화 야욕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최근 김 위원장이 “적들이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는 속에서도 여전히 대화와 협상을 운운하고 있지만 우리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10일 전했다.

리설주 여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지난달 29일부터 보름간 진행된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25일부터 전날(9일)까지 조선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평안북도 태천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데 이어 전날까지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린 바 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의 전쟁억제력의 신뢰성과 전투력을 검증 및 향상시키고 적들에게 강력한 군사적 대응 경고를 보내기 위해 각이한 수준의 실전화된 군사 훈련을 조직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향해선 “연합훈련을 벌여놓음으로써 공공연히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며 지역의 긴장 수위를 고조시키는 유감스러운 태도를 고취했다”고 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선 “남조선 군부의 수장이라고 하는 자는 우리 정권의 생존을 운운하며 비이성적이고 도발적인 망발로 노골적인 대결 의지를 드러냈다”고 날을 세웠다. 북한의 도발이 자위적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이번 훈련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소형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공개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은 지난달 25일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훈련”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의 핵전투무력이 전쟁억지력의 중대한 사명을 지닌 데 맞게 임의의 시각, 불의의 정황 하에서도 신속 정확한 작전반응 능력과 핵정황 대응 태세를 고도로 견지하고 있는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 이산가족 상봉 문제 논의, 보건 협력 등을 제안하며 북한과 대화할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거절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적들이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는 속에서도 여전히 대화와 협상을 운운하고 있지만, 우리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전투무력이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 생존권 사수의 중대한 의무를 자각하고 최강의 핵대응 태세를 유지하며 더욱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과 8일에는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와 공군비행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

통신은 “합동타격훈련은 적군사기지를 모의한 섬 목표에 대한 공군비행대들의 중거리공중대지상유도폭탄 및 순항미싸일타격과 각종 근접습격 및 폭격비행임무를 수행한데 이어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순차별 화력타격을 가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북한 전투기와 폭격기 등 군용기 12대가 우리 군의 ‘특별감시선’ 이남에서 무력 시위성 편대비행에 나선 것이 포착돼 공군 F-15K 전투기 등 30여 대가 긴급 대응 출격한 바 있다.

지난 8일에도 “조선동해에 재진입한 미해군 항공모함을 포함한 연합군해군의 해상연합기동훈련이 감행되고 있는 정세 배경 하에서 사상 처음으로 150여대의 각종 전투기들을 동시 출격시킨 조선인민군 공군의 대규모항공공격종합훈련이 진행됐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가 당분간 군사적 ‘강대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핵 능력을 더 강화시키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면서 향후 소형 핵탄두 개발과 제7차 핵실험 가능성도 더 커진 것으로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무언가 치밀한 계획 아래 움직인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이번 훈련의 내용은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한미의 제재 압박이 강화될수록 김정은은 더 핵공격 능력 강화에 매진할 것이고, 더구나 한미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핵타격 작전 능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미 핵보유국인 북한을 상대로 제재 압박으로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는 비현실적”이라며 “우크라이나 핵전쟁 공포가 남의 일이 아니며, 한반도 핵전쟁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진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의 내용도 없고 대화의 필요성도 없다고 언급한 것은 당분간 핵무력강화와 강대강 맞대응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양 교수는 “경험적 사례에 비춰보면 미국의 대선과 중간선거 후에 북미관계의 국면이 전환된 사례가 많았다는 점,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및 6 ·12 존중을 분명히 한다면 내년 상반기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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