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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 에이원(A1)센터’. 지난해 11월 준공된 이 지식산업센터는 2019년 분양 때보다 몸값이 훌쩍 뛰었다. 현재 서울숲 에이원센터 사무실은 3.3㎡당 2800만원을 호가한다. 3년 전 3.3㎡당 1400만~1500만원에 분양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값이 뛴 셈이다.
이창수 더베스트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현재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엔 공실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수요가 받쳐주니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다른 지역 지식산업센터도 뜨겁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14억원에 분양한 송파구 문정동 ‘문정역 2차 SK 브이원(V1)’ 전용 85㎡형은 현재 분양권 전매가격이 15억원을 호가한다. 분양 석 달 만에 웃돈 1억원이 붙었다.
경매 시장에서도 서울 지식산업센터는 인기 상품이다. 지난달 서울남부지법 경매에 나온 금천구 가산동 ‘코오롱 디지털타워 애스턴’은 7명이 경쟁을 벌여 약 14억1400만원에 낙찰됐다. 법원이 평가한 감정가(11억5000만원)보다 23% 비싼 값이다.
◇규제 풍선효과에 사무실 대체효과까지
부동산 업계에선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호황을 맞은 요인을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규제 풍선효과(한쪽 문제를 억누르면 다른 쪽에서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는 현상)이다. 정부가 주택 시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투자 수요가 지식산업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아파트 시장과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업자 등록만 하면 분양 자격 제한도 없고 분양권 전매도 자유롭다. 이창수 대표는 “아파트 매매로 돈을 번 사람들이 달리 투자할 데가 없는데 지식산업센터는 3억~5억원이 있으면 대출을 끼고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주택과 비교하면 지식산업센터는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도 가볍다.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하겠다며 분양권을 취득하면 취득세는 50%·재산세는 37.5%까지 감면해준다.
사무실 품귀 현상도 지식산업센터 인기를 키우고 있다. 최근 서울 오피스 시장엔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회사 존스랑라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의 A급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8.0%로 전년 동기(14.4%)보다 6.4%포인트 줄었다. 수요가 늘면서 임대료도 3.3㎡당 평균 10만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임대료를 감당 못하거나 사무실을 못 구한 회사에게 지식산업센터는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 성수동이나 송파구 일대 지식산업센터는 강남 수요를, 영등포구나 구로구·금천구 지식산업센터는 여의도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성수동 S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임대료가 급등하다보니 중소·중견기업은 지식산업센터로 많이 이전하고 있다”며 “임대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투자 수요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걸 경계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수요가 늘면서 공급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서다. 특히 수도권 외곽 지역에선 수요 이상으로 신축 지식산업센터가 난립하고 있다고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변경 승인을 받은 지식산업센터는 69곳에 이른다.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던 2020년(77곳)엔 못 미치지만 통상 연간 10곳 안팎이 승인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공급이 크게 늘었다.
일부 지역에선 공급이 수요에 못 따라가고 있다. 산단공은 전국 지식산업센터 가운데 62곳이 준공 후에도 입주 업체를 한 곳도 못 찾고 있다고 파악한다. 기업 수요가 적은 외곽 지역에 이 같은 ‘악성 지식산업센터’가 몰려 있다.
신축 지식산업센터도 외곽 지역에선 찬밥 신세다. 1200실 규모인 경기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 GIDC’에선 지난해 말 입주가 시작되면서 분양가 이하로 물건이 나오고 있다.
금융 시장 환경 변화도 부담거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시중 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하고 있어서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지식산업센터 임대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교통이 편리하고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곳은 앞으로도 선방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그간 공급이 많은 데다 입지가 나쁜 지역은 지금보다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