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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창립 제71주년 기념사’에서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을 전제로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통위 회의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 등과 관련)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이날 기념사는 이 총재의 금통위 당시 발언과 맥을 같이 하지만 좀 더 구체화됐다. 기념사에선 ‘적절한 시점부터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표현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한 번 이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실제로 전날(10일)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중에 경기상황이나 금융안정 상황을 봐서 (기준금리를) 한 두 번 올린다고 해도 긴축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는 5년 이하 중단기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지표금리인 3년물 국채 금리는 1.282%로 전일 종가 대비 0.145%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2월 20일(1.234%) 이후 1년 6개월래 최고치다. 다만 ‘적절한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선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전개상황, 경기회복의 강도와 지속성,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시기와 속도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경제주체들과 사전에 충분히 소통함으로써 이들이 충격없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간 취해온 확장적 위기대응 정책들을 금융·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것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부양책이 일시에 종료될 경우 취약계층에게 닥칠 어려움은 재정 및 거시건전성 대책으로 풀어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대출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지원 조치가 종료될 경우 다수의 취약차주가 채무상환에 애로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감독당국과 함께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취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산업구조, 규제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의 방향 설정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이 총재는 “각국은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4차 산업혁명 등 글로벌 경제의 시대적 조류를 타고 관련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새로운 도약 기회로 삼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국가간·기업간 대격차(Great Divide)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경제가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산업구조와 규제 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총재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모의실험 등 도입에 대한 대비를 비롯한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따른 법적·제도적 개선,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대응 전략 연구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직원들에겐 컨설팅을 진행 중인 조직 및 인사 개편에 대해선 자발적인 참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