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이상만 좇아 규제부터 하고 보자는 황당한 법이 또 하나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등 11명의 여당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해 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법안은 ‘자원 절약’을 앞세웠지만 내용은 모든 제품의 포장재에 대해 사전 검사를 받도록 하는 ‘포장재 사전검열 규제’가 핵심이다. 식품· 화장품· 전자제품 및 완구류 등 포장재를 사용하는 사실상 모든 신제품과 기존 제품을 대상으로 할 뿐 아니라 준수 업체도 제조·수입·판매자를 망라하고 있다.
법안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법안은 환경부령이 정하는 전문 기관에서 제품 출시전 포장 재질·포장 방법을 검사받고 결과를 겉면에 표시하도록 했다. 또 포장물과 내용물의 부피 차이를 뜻하는 포장공간비율과 포장횟수도 표시를 의무화했다. 어기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때문에 법이 시행되면 식품업체 등 10만여 곳에 달하는 적용대상 기업은 연간 수천억원의 추가 비용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중소 포장재 회사들은 생산 공정을 바꿔야 하는 등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포장재 검사 기간과 절차가 길어지면서 신제품 개발이 늦어지고 검사 과정에서 개발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법안에 대해서는 부처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기부와 산업부가 ‘대폭 수정’과 ‘현행 유지’(강제 아닌 권장)에 기우는 반면 환경부는 사전 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기업 활동을 옥죄고 민생을 힘들게 하는 법이라면 없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한 바 있다. 미증유의 전세대란을 촉발시킨 임대차3법이 생생한 사례다.
의원들은 규제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법을 현실에 맞게 대폭 고쳐야 한다. 자원 절약이 진짜 의도라면 이중 포장 금지, 친환경 포장재 개발 등 다른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잘못 만들어진 법이 초래할 고통과 부작용을 이제라도 냉정히 따져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