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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에 가입한 이들을 ‘고객(Customer)’으로 부르는 정통은행원과 ‘사용자(User)’로 부르는 ICT기획자는 의외로 죽이 잘 맞았다. 카카오뱅크(이하 카뱅)는 26주 적금의 인기비결을 이처럼 여러 배경을 가진 직원들 간 코웍의 산물이라고 평가한다. 금리 이상으로 고객·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국내 은행권에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경기 성남시 카뱅 본사에서 상품파트 이병수 매니저와 채널파트 김영림 매니저를 만났다. 이 매니저는 2009년 2월 중소기업은행에 입행했다. 기업은행 개인수신상품팀, 개인영업기획팀을 거쳐 2016년 6월 카뱅으로 이직했다. 김 매니저는 지난 2008년 6월 다음에 입사해 카페기획팀에서 일했다. 카카오와 합병 후에도 기획팀에서 커뮤니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17년 2월 카뱅에 발을 디디며 금융권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물론 개발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깨알 적금이라는 화두로 시작해 52주 적금이 어느새 26주 적금으로 바뀌어 있었다. 테스트용 앱을 통해 쌓은 수신액이 각각 수십억원이 될 만큼 방법과 기간을 달리해가며 시험을 거듭했다. 이 매니저와 김 매니저는 “진짜 돈이었다면 당장 회사를 그만둘 액수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6개월 넘는 산고 끝에 세상의 빛을 본 26주 적금이 사랑을 받는 주된 원인은 지속적인 소통에 있다고 두 사람은 봤다. 이 매니저는 “시중은행의 경우 일단 상품에 가입하면 만기 전까지는 은행과 고객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다”며 “만기 며칠 전 또 다른 특판 상품이나 우대금리 혜택을 앞세워 몇 년 만에 고객에게 전화를 하는 식”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매니저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남긴 ‘어떻게 26주 적금을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피드백을 접하고 워크플로우를 확 뜯어고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단기적인 목표는 26주 적금이 100만좌를 돌파하는 것이다. 앞서 26주 적금은 출시(6월 26일) 20일 만에 30만좌를, 넉 달 만에 50만좌를 넘어섰다. 11월 18일 자정 기준 26주 적금 계좌 수는 58만5109좌, 총납입금액은 1475억원이다. 장기적으로는 26주 적금을 은행권 대표 명품상품으로 키우는 것이다.
두 사람은 “무리하게 상품군을 늘리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카뱅만의 관점으로 해석한 또 다른 상품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높이게 했다. 이 매니저는 “시중은행에는 이름만 바꾸고 우대금리 조건만 이리저리 떼다 붙인 상품들이 즐비하다”고 꼬집었다. 김 매니저는 “내년에도 깜짝 놀랄만한 상품이 튀어나올 것”이라며 “다들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26주 적금은 1000원·2000원·3000원·5000원·1만원 중 금액을 선택하면 매주 선택한 금액만큼 늘려 붓는 이색 상품이다. 예컨대 첫 주 1000원을 부었다면 다음 주 2000원, 다다음 주 3000원을 불입하는 식이다. 마지막 주에는 2만6000원을 넣어야 도전에 성공할 수 있다. 여기에 연 1.80% 금리를 주고 자동이체를 하면 0.2%포인트를 얹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