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25시]걸핏하면 파행 국감..쾌재부르는 행정부?

임현영 기자I 2018.10.14 10:30:54

10일부터 국정감사 시작..1년 국정운영 평가
하루 1회 꼴 파행..법사위-정무위-교육위 등
대체로 명분이 부족한 파행..정책 집중 필요

12일 과천정부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이들 의원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전날 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 사면복권 발언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본 질의에 하겠다고하자 퇴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지난 10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했습니다. 국감 기간은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국정 전반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회 본연의 기능이 빛나는 시기입니다.

특히 이번 국감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처음 맞닥뜨리는 성적표입니다. 지난해 국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현 정부보다는 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이에 야당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은 국정 전반에 대한 ‘송곳’ 감사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평화체제 기여한 정부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각오입니다.

이처럼 ‘행정부 견제’라는 국감의 본래 취지와 달리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이미지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파행’입니다. 파행이란 본래 ‘절뚝거리며 걷다’는 뜻으로 여야 대립으로 국감을 포함한 국회 일정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체로 여야 간 극한 공방이 이어지거나 한 쪽이 불만을 품고 아예 회의실을 퇴장할 경우, 위원장이 ‘감사 중지’를 선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쯤에서 ‘퇴장하는 쪽이 잘못이니 회의실에 남은 사람들끼리 정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국회 업무에는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라는 조건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여야 모두 동의하면 문제없이 돌아가지만, 한 쪽이라도 반대할 경우 모든 것이 멈춰서는 시스템입니다.

이번 국감기간 동안 크고 작은 파행이 4번이나 벌어졌습니다. 하루에 1번 꼴입니다. 첫날엔 법제사법위원회, 둘째날엔 교육위원회, 셋째날에는 법사위·정무위 등에서 국감이 멈춰선 바 있습니다.

물론 모든 파행을 ‘악(惡)’으로 봐선 안 됩니다. 반대 의사를 합법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파행의 명분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사소한 차이를 과도하게 부풀려 정쟁으로 비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연관성이 적은 사안을 연계해 파행의 원인으로 삼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띕니다. 일례로 13일 법사위·정무위는 각각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사면 발언·민병두 위원장 채용 청탁의혹과 관련해 파행했습니다. 이슈에 대한 여야 간 입장과 별개로 굳이 국감 시즌에 언급할 필요는 없는 사안들입니다.

국감 기간은 한달 남짓에 불과합니다. 정해진 시간동안 1년 간의 국정운영을 다 돌아보기도 빠듯한 것이 현실입니다. 국감과 관련없는 논쟁으로 이 시간을 날려버리기엔 지난 1년간 쌓인 민생 현안이 너무나 많습니다.

얼마전 만난 국회 관계자는 국감 파행이 거듭되는 모습을 두고 “결국 행정부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습니다. 정해진 국감 시간이 줄어드니 감시받아야 할 행정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는 의미입니다. 입법부의 감시 소홀은 결국 민생 불안으로 연결될 공산이 큽니다. 지금부터라도 행정부 감시의 본래 기능에 집중하는 입법부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2018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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