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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뭐 별거인가요"…한달 한번 수필·꽃·향수 정기구독

조해영 기자I 2018.06.14 06:30:00

2030 대상 다양한 구독 서비스 생겨나
이용자들 “평범한 일상 속 작은 행복”
창작자들에겐 새로운 수입 통로 되기도
"일상에서 삶의 의미 찾는 방법으로 진화"

이슬아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필을 받아볼 구독자를 모집한다. (사진=이슬아 작가 페이스북)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대학생 이은솔(25)씨는 매일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메일함을 열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지난 3월 수필 구독 서비스 ‘일간 이슬아’를 이용한 이후 생긴 습관이다. 이슬아 작가는 하루 한편 수필을 받아보는 대신 매달 1만원 구독료를 받는 ‘일간 이슬아’를 온라인으로 발행 중이다. 이씨는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글을 수시로 접할 수 있어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생필품이 아닌 꽃, 향수 심지어 시나 수필 등을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구독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운송업체들이 구축한 정기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2030이 빚어낸 새로운 사회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생필품에서 꽃·향수·스티커까지…적은 돈으로 ‘소확행’

꽃 배달업체 ‘꾸까’는 이용자가 사전에 선택한 크기와 꽃 종류에 맞춰 2주에 한 번씩 꽃을 보내준다. 향수 업체 ‘파펨’은 매달 5㎖짜리 향수를 보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일간 이슬아’처럼 업체가 아닌 개인 단위의 구독 서비스도 등장했다. 개인 단위 구독 서비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개인이 구독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일례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디자이너 이성휘(26)씨는 SNS로 자신이 디자인한 스티커를 배송해주는 서비스 구독자를 모집하고 있다.

구독자들은 “큰돈이나 꾸준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 쉽게 좋아하는 상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구독을 통해 일종의 ‘소확행’을 즐기는 것이다.

꽃을 정기적으로 배달받는 직장인 이기연(26)씨는 “집이나 사무실처럼 익숙한 공간에 2주마다 새로운 꽃을 두었더니 공간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여행처럼 시간과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그런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향수 구독자인 직장인 정모(31)씨도 “특별한 일 없이 회사와 집을 반복하다가 새로 배송 받은 향수를 쓰는 날엔 잠깐이나마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콘텐츠 선보이는 통로…“바쁜 일상 속 삶의 의미 찾아”

창작자들에겐 구독 서비스가 자신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통로이기도 하다.

스티커 구독 서비스를 준비 중인 이성휘씨는 “프리랜서다 보니 꾸준한 수입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돈을 받는 만큼 피드백이 명확해 개인 작업물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구독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 구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누구나 온라인상에서 구독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알아보는 일이 쉬워졌다”며 “이런 식의 다양한 구독 서비스는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기연(26)씨가 2주에 한 번씩 배달 받는 꽃. (사진=이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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