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단순히 재무성과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등급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이 더 높다는 건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사회책임투자(SRI)는 이머징마켓(EM) 증시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내에선 ESG 점수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명제는 증명되지 않고 있다.
◇ MSCI EM ESG지수, 모지수보다 3년간 수익률 12%p 높아
투자컨설팅기관인 캠브리지어소시에이츠가 작년 10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ESG요소를 고려한 주식 투자는 이머징마켓에서 더 효과적이다.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EM ESG지수는 MSCI EM지수보다 12%포인트 높은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실제 MSCI EM ESG리더스(Leaders)지수는 5년 수익률이 4.95%로 MSCI EM지수(1.68%)보다 훨씬 높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MSCI ACWI ESG리더스지수는 5년 수익률이 7.83%로 모지수(ACWI지수) 7.37%와 큰 차이가 없는 것과 비교된다.
이머징마켓에서 ESG요소를 고려한 주식 투자가 수익률 측면에서 더 효과적인 것은 지배구조가 취약한 국유기업 때문이다. ESG지수는 국유기업 비중이 낮은데 이들의 주가 상승률이 저조했다. MSCI EM지수의 28%는 에너지, 금융, 소재, 통신 등과 관련된 국유기업이 차지하는데 이들은 ESG점수가 낮아 ESG지수에 편입되지 않거나 그 비중이 적다. EM지수내 시가총액 상위 40개 중 13개가 국유기업인데 EM ESG지수에는 이들 중 2개 기업만 편입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년간 국유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낮았다. 주가가 덜 오른 국유기업이 MSCI EM ESG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지수보다 적다보니 ESG지수가 더 수익률이 좋았단 분석이다.
캠브리지어소시에이츠는 보고서에서 “국유기업은 금융위기 이전의 주가 최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그 절반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이는 민간기업보다 주가 상승 회복이 느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7년 10월 민간기업 시가총액은 6조4000억달러였고 작년 8월 4조7000억달러까지 늘었는데 국유기업은 같은 기간 4조6000억달러에서 2조1000억원달러로 절반 가량도 회복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국유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주주이익을 무시하고 사업 운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브라질의 국영 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의 부패 스캔들이 대표적”이라며 “이런 문제는 가족 소유 기업에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석기간이었던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전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세가 더뎌 국유기업이 대부분인 에너지, 금융 등 경기민감주의 주가 상승이 크지 않았단 점 등도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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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리더스150지수, 코스피보다 못해
어쨌든 이머징마켓에서 ESG점수를 고려한 주식 투자가 수익률에서 더 높은 성과를 냈단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이같은 실증 분석은 제한적이다. 2015년말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만든 KRX ESG리더스150지수는 최근 1년 수익률이 13.82%로 코스피(18.37%)보다 낮다. 시계열을 넓혀 2012년 이후로 살펴봐도 ESG리더스150지수는 18.43%의 수익률을 보인 반면 코스피는 이보다 두 배 가량 높은 30.65%를 기록했다.
그나마 투자분석 솔루션업체인 와이즈에프엔이 ESG모네타와 공동 개발한 ‘와이즈 ESGM 책임투자지수’는 역산이 가능한 2012년 10월2일부터 지난 15일까지 누적 수익률이 39.92%로 같은 기간 코스피(19.54%) 수익률을 이겼다. ‘와이즈 ESG우수기업지수` 역시 2012년 10월31일 이후 수익률을 비교할 경우 37.75%로 코스피(24.79%)보다 높다. 한화자산운용은 8월말 와이즈 ESG우수기업지수를 기초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기도 했다.
‘KRX ESG리더스지수’가 시가총액 비중에 ESG요소를 가미했다고 한다면 와이즈 ESG지수 시리즈는 재무성과에 ESG요소를 반영했단 점에서 차이가 난다. 다만 ESG요소를 고려한 주식 투자가 성과가 좋다고 증명하기엔 양 지수 모두 역사가 짧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주식형펀드 437개(8월 1일 기준)를 대상으로 ESG등급을 매기고 등급에 따른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1년 전 1등급을 받은 펀드 수익률이 10~25%로 5등급 펀드 수익률(-20~+15%)보다 더 좋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ESG등급 상위 종목이 주로 대기업인데 이 기간 동안 대형주가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단 점에서 ESG요인이 펀드 수익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용어설명
ESG등급=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등 의결권자문기관에서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연 1~2회 ESG등급을 평가한다. ESG등급은 환경(Environment), 사회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3대 요인에 대해 신용등급처럼 S등급부터 D등급까지 등급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