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NH투자증권(005940)이 2조1000억원에 달하는 파크원(Parc1) 개발사업 자금을 해외 대형 재무적투자자(FI)의 도움 없이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자금 유치 작업을 진두지휘한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나 국제금융공사(IFC) 등 글로벌 FI 지원을 받지 않아도 조(兆)단위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자평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파크원 투자자들은 이번주 중으로 자금을 모두 납입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 19일 여의도 파크원 개발사업 시행사인 Y22프로젝트금융투자에 금융주선 완료를 통보했다. 사업비가 확보되면서 내년 1월부터 공사가 재개될 방침이다. 지난 2007년 착공했지만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 간의 분쟁으로 2010년부터 공사가 잠정 중단된 이후 7년 만이다. 시공사도 삼성물산에서 포스코건설로 변경됐다.
답보를 거듭하던 파크원 사업은 올해 들어 국민은행이 GIC와 손잡고 금융주선에 나서면서 기지개를 켜는 듯 했다. 하지만 GIC가 파크원 내 오피스빌딩 지분을 헐값에 인수하려다 시행사와 마찰을 빚은 뒤 손을 뗐다. 다시 무주공산이 된 파크원 사업 주관사 자리를 NH투자증권이 꿰찼다. 정 대표는 “국내 자금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며 “GIC가 참여했다면 수익의 상당 부분이 싱가포르 등 해외로 유출될 수 있었는데 이를 막은 셈”이라고 말했다.
흥행 실패에 대한 시행사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오피스빌딩이 팔리지 않을 경우 7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매입 확약서도 썼다. 정 대표는 “56층짜리 오피스빌딩의 평당 가격이 1400만원인데 이는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2300만원대)이나 영등포 타임스퀘어(1800만원대)와 비교하면 대단히 저렴한 편”이라며 “아무리 여의도 공실률이 높다지만 가치 대비 가격을 감안하면 리스크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금융주선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자금 모집에 나섰다. 초반 흐름은 순조로웠다. 파크원이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현대백화점이 쇼핑몰 입주를 결정하는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막판에 변수가 발생했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참여를 포기한 것이다. 정 대표는 “국민연금 때문에 속앓이를 했는데 막상 포기한다고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국민연금이 빠진 자리를 우리가 메우기로 결정하고 투자자들에게 통보한 뒤 자금 모집을 끝냈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의 자금 부담이 확대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국민연금이 투자하기로 한 2000억원 가운데 1100억원은 내부자금으로, 900억원은 기존 투자자의 초과 수요로 충당했다”며 “NH투자증권이 추가로 인수한 부분은 내년 1월 중 해외 기관투자자에 매각할 계획이라 부담은 없다”고 반박했다.
파크원 총사업비는 NH투자증권이 조달한 2조1000억원과 시행사가 자본금으로 분담하는 5000억원 등 2조6000억원 수준이다. 증권업계의 부동산 개발사업 사례 중 최대 규모다. 정 대표는 “그동안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이 시작되면 GIC나 IFC 등 해외 자금 유치에 사활을 걸다가 그들에게 주도권을 내주기 일쑤였다”며 “이번 금융주선 성공으로 국내 금융회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어도 안방에서는 글로벌 FI에 밀리지 않고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