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싸이의 인기는 케이팝을 통한 신한류의 새로운 바람으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세계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지속적인 성장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경쟁력은 소속 가수에 집중돼 있다. 가수 인기도 변화 등으로 영업실적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과도한 프리미엄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국내 증시에서 엔터테인먼트 업체 주가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엔터 업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YG엔터는 지난 한 주 동안 31% 상승했다. 21일 장 중 한때 8만1800원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가총액 8000억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7위로 올라섰다.
싸이가 전세계에서 말춤 돌풍을 일으키면서 소속사인 YG엔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YG엔터로 소속사를 옮긴 싸이의 성공은 빅뱅과 2NE1에 치우쳤던 매출원을 다변화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 할인요인, 위험요인이 일부 해소됐다”며 “기대를 넘어서는 싸이의 인기가 올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YG엔터의 실적 개선에 충분한 보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싸이 효과로 같은 소속사인 빅뱅, 2NE1과 후속 연예인들의 미국 시장 진입과 성공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진홍국 현대증권 연구원도 “케이팝이 선진 시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특별한 홍보활동 없이도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증시전문가들이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위험 산업군으로 분류했던 엔터 산업을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계기로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세계 음반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은 ‘강남스타일’이 인기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그동안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은 국내 엔터 산업의 경쟁력 강화의 산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여전히 엔터 산업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엔터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은 인정하지만 최근 주가 상승률은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재 YG엔터의 주가는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를 모두 뛰어넘었다. 가장 최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한국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기존 6만9000원에서 7만6500원으로 올려 잡았다. 21일 YG엔터 종가인 8만1800원보다 6% 이상 낮은 가격이다. YG엔터에 대해 가장 목표주가를 제시한 교보증권, 8만6000원과 비교해도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
한 엔터업체 관계자도 “최근 엔터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과도한 기대 속에 주가가 상승하면서 후유증이 나타날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싸이의 인기가 YG엔터 이익 증가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최근 엔터 업체 주가 상승이 거품이라는 지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는 싸이의 음반이 미국 시장에서 100만장 팔리면 YG엔터 영업이익이 14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싸이 효과로 YG엔터 시가총액은 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YG엔터 주가가 5만원을 넘어섰을 때 이미 엔터 업체에 대한 주가 할증 분위기를 경계했다. 그는 “엔터 산업은 흥행 산업이라는 점에서 실적 변동성이 높다”며 “최근 경쟁업체의 새로운 가수의 시장 진입으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