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환율이 1130원 후반대에서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데다, 스페인의 구제금융설과 포르투갈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 등 유로존 우려가 불거진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밤 뉴욕외환시장에서 1개월물 달러-원 차액결제선물환(NDF)은1140.0/1141.0원에 최종호가됐다. 같은 기간물 스왑포인트 2.80원을 감안하면 1137.7원으로 전일 국내시장 현물환 종가인 1135.5원보다 2.2원 올랐다.
지난 달 미국 내구재 주문이 지난 1월의 감소에서 벗어나 기존 증가추세를 회복했지만 시장의 예상치에 못미치는 증가세를 보였다. 간밤 미 상무부는 지난 2월 미국의 내구재주문이 전월대비 2.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 달의 3.6% 감소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고 한 달만에 증가세를 회복했다. 다만 시장 전망치(3.0%)를 밑돌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유로존 이슈도 불거졌다. 간밤 스페인이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 부담에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씨티그룹의 윌리엄 뷰이터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를 통해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수혈받더라도 채무 재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보다 과감한 재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우려를 키웠다. 스페인 정부와 유럽연합(EU) 등은 공식 부인했지만 우려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자산의 질과 수익성을 근거로 포르투갈 대형은행 5곳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방코 코메르샬 포르투게스와 방코 에스삐피토 산토, 방코 BPI, 방코 산탄데르 토타, 까이샤 게랄 데 데포시토스 등이다.
한편 이날 오전 한국은행은 지난 1월의 적자를 딛고 지난달 경상수지가 6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9일 달러-원 환율은 역외환율에 힘입어 상승 출발한 뒤 장중 1140원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전일 포스코가 약 3억8000만 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배당금을 지급한 가운데 관련 역송금 수요가 유입된다면 달러화 가치의 상승을 부추길 요인이다.
간밤 뉴욕증시는 하락했다. 2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71.52포인트(0.54%) 하락한 1만3126.21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6.98포인트(0.49%) 떨어진 1405.54를, 나스닥지수도 전일대비 15.39포인트(0.49%) 낮은 3104.96을 각각 기록했다. 유럽증시 역시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 영향으로 주요국 지수가 1% 이상씩 밀렸다.
오늘 국내 주식시장이 뉴욕증시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이틀 연속 약세를 나타낸다면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격적인 월말로 접어들면서 출회될 네고물량(달러 매도)이 상승폭을 제한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