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한류, 정부는 간섭 아닌 지원만 해야
새해 들어 가요계가 K팝 세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등 에서 ‘SM타운’이란 브랜드 콘서트를 통해 K팝 열풍을 일으킨 SM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유럽, 남미, 중동등에서 슈퍼 주니어 월드투어를 잇달아 열 계획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원더걸스를 1월 LA에서 준비 중인 영화 ‘원더걸스 앳 디 아폴로(WonderGirls at the Apollo)’ 시사회에 맞춰 미국 현지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유니버셜, 소니, 워너등 미국 직배사와 손잡고 해외진출을 추진한다.
정부도 한류기획단(가칭)을 만들어 K팝 세계화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최광식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지난해 K팝을 기점으로 한 신(新)한류가 ‘문화도 먹거리가 된다’ 는 것을 보여줬다”며 “올해 한류기획단을 만들어 정부가 한류를 종합적으로 지원,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K팝을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 등 국내 대중문화 콘텐츠로 일궈 낸 한류를 한식과 한복, 한옥, 관광등 우리 문화 전반으로 확산토록 유도해 한류의 세계화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 일이다.
그간 정부는 ‘겨울연가’등 드라마, 영화를 중심한 한류가 있었을 때도 수년전 K팝이 크게 유행했을 때도 팔장만 끼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제작사등 민간 분야에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꾀할 때도 정부는 이렇다 할 지원책 하나 내놓지 않았다. K팝 관련 기획사나 문화계 인사들이 한류관련 전담 부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한쪽귀로 흘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새로 전담부서를 조직한다고 해서 민간 영역까지 좌지우지해선 안된다. 민.관의 역할은 달라야 한다. 우선 정부는 세계화 과정에서 현지국가와 불필요한 마찰이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장서서 진두 진휘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외국에 음악등 콘텐츠를 세일즈하는 것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 가요 기획사들이 잘하는 것은 기획사에 맡기는 거다. 기획사는 기업 특성상 상업적인 이익만을 쫒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들 기업간의 의견을 중재하고 조율만 해야 한다. 철저히 서포터가 돼야 한다. 정부는 해외진출하려는 기획사들의 걸림돌이 무엇인지, 제도적으로 미비한 데는 없는지를 파악, 조치해야 한다. 국내 문화산업 저작권의 생태계를 잘 정비해주는 것이 그중 하나다.
걱정은 또 있다. 정부의 역할은 산업적인 측면보단 문화예술적인 측면에 방점을 둬야 한다. 모든 문화 정책및 방침을 억지로 일자리와 결부해선 곤란하다. 일자리는 더불어 따라오는 부산물이어야 한다. 나라의 국격을 제대로 세워주는 게 문화예술이다. 문화를 산업적으로만 인식한다면 두 마리의 토끼를 쫒다 다 놓치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다. K팝으로 새롭게 일어나는 한류를 대중문화에서 순수 예술문화로 확산을 위해서라도 그렇다.
가요기획사들도 아이돌및 걸그룹을 상업적인 도구가 아닌 문화예술적인 엔터테이너로 키워야 한다. 서구중심의 주류 음악이 아닌 한국적인 매력을 가진 음악장르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한국적이며 창의력있는 뮤지션이 필수 조건이다. 가요는 유행을 탄다. 10년전 한류와 우회상장으로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영화산업이 거품이 꺼지자 최악의 늪에 빠진 경우를 가요계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