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로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중단됐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8일 만에 재개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31일 오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연루된 혐의로 천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천 회장은 박 전 회장과 ‘의형제’ 사이로 불릴 정도로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또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고 있는 천 회장은 대학 동문인 이명박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천 회장은 작년 하반기에 태광실업 세무조사 때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조사 중단을 청탁하고 박 전 회장으로부터 7억여원의 금전적 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 전 회장의 도움으로 자녀에게 주식을 편법증여하는 등 100억여원의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계열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천 회장은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검찰은 지난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 영장청구를 비롯한 모든 수사가 중단됐었다.
검찰은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천 회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 때 한 전 청장을 집중적으로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세무조사 보고서가 왜곡되거나 변형된 흔적이 없어 한 전 청장이 천 회장의 청탁을 실제 들어주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천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세무조사 로비와 관련해 단 1달러도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는 종결한 상태다. 하지만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들은 계속 소환조사해 6월 중반 전에 모든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