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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묻지마 살인” 음주운전, 괴리에 빠진 ‘교특법’

성주원 기자I 2024.09.04 05:30:00

■음주운전 공화국-엄벌 가로막는 '교특법'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 기고
사망사고도 최대 5년형…법감정과 괴리
위험운전치사상죄와 법의 공백 메워야
음주측정거부·2차음주 처벌 강화 필요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묻지마 살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법 감정 또한 매우 엄격하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실제 법정형을 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11 위험운전치사상죄(윤창호법)가 적용되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며 부상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이 적용되면 사망의 경우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하다. 나아가 법원에서 선고할 때 참고하는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기본유형의 경우 징역 8개월에서 2년형, 가중사유에 해당되더라도 1년에서 3년형으로 더 줄어든다.

실제 처벌사례들을 보더라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망케 하고도 합의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형이 많이 선고되고 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사진= 방인권 기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음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는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적용돼 그나마 엄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아니거나 수사기관에서 입증 부족으로 단순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입건되면 교특법이 적용돼 사망사고라 하더라도 법정형에서 5년 이하의 금고형이라는 1차 한계가 생기고 또 대법원 양형기준이라는 2차 한계로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된다.

이와 같이 교특법의 관대함 때문에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가 만들어졌지만 교특법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교특법은 피해 사상자가 다수인 경우나 운전자의 비난가능성이 묻지마 살인죄와 동등할 정도라도 법정형이 최대 5년이다.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있지만 음주만취 정도가 아니거나 수사기관에서 음주만취에 대한 입증 부족의 경우 교특법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특법상의 법정형을 5년에서 10년으로 상향시켜 교특법상의 음주운전 교통사고와 위험운전치사상죄 사이의 법의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기준을 혈중알코올 농도(0.03% 이상)로 하는 부분 때문에 운전자들이 음주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도주한다거나 2차음주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음주측정거부죄의 해당 범위가 현재는 경찰관의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하는 경우만 음주측정거부죄로 보고 있는데 이 범위를 더 넓히고 2차음주도 음주측정거부행위로 보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

교특법이 제정된 1982년에는 음주운전은 8대 중과실 중 하나로 형사처벌 대상이었으며 지금도 12대 중과실 중 하나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법정형은 현재 시민들의 법감정에 못미친다. 이런 부분 때문에 윤창호법(위험운전치사상), 민식이법(어린이보호구역치사상)이 만들어졌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교특법의 문제점을 개선해서 음주운전에 경각심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통사고 피해자 측 변호를 주로 하는 필자는 음주운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데 오히려 피해자들이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 때문에 육체적 고통이라는 감옥에서 평생 살고 급기야 사망이라는 생명이 침해되는 고통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불편함과 위화감을 느낀다. 적어도 이러한 위화감이 해소될 수 있도록, 음주운전자에게 적절한 처벌이 내려지도록 교특법의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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