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솔의 전자사전]삼성 반도체 시제품 생산 왜 줄였을까?

배진솔 기자I 2021.11.06 12:00:00

삼성, 팹리스·대학·연구기관 시제품 생산 기회 축소
파운드리- 팹리스 업체 일정 '미스매치'도 문제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최근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 서비스 기회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MPW는 양산 전에 팹리스, 대학, 연구기관 등에서 시험용으로 반도체를 제작해보기 위해 삼성전자와 같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지원을 받는 것인데요.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선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풀가동을 해도 고객사 물량을 생산하기 빠듯한 상황이라 MPW 축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늘 ‘배진솔의 전자사전’에서는 MPW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삼성 파운드리 12인치 MPW 연간 계획
MPW는 파운드리 업체가 한 웨이퍼에 여러 고객사의 시제품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팹리스나 스타트업, 학계 연구자 등 작은 곳에선 그간 연구개발(R&D)한 반도체를 테스트해볼 좋은 기회인데요. 반도체 제조 비용이 매우 비싼 탓에 마스크와 웨이퍼 리소스를 조금씩 공유해 소량으로 먼저 제품을 검증해보는 것이죠. 각 MPW 고객 업체가 보유할 수 있는 다이(반도체 물질의 자그마한 사각형 조각) 수는 적게는 40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까지 의뢰해 웨이퍼를 가득 메운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팹리스 업체는 MPW를 활용해 칩의 기술적 성능, 특성,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이 제품의 시장성을 보고 싱글런(Single Run)으로 가기도 하는데요. 싱글런은 MPW와 달리 한 웨이퍼에 하나의 반도체만을 생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정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의 경우 MPW 대비 싱글런이 6배 비용이 더 필요합니다.

삼성전자가 제공하고 있는 MPW 종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8인치(200mm), 12인치(300mm) 웨이퍼로 5LPE공정, 10/8LPP 공정 등 7개에서 8개 공정을 제공하고 있죠. MPW 고객사들에 다음 해가 시작되기 전 연간 계획을 밝혀 공정당 연 2~4회 활용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매달 진행하는 MPW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고객사들은 자사가 원하는 설계 달에 사전 예약을 걸어놓습니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내년 MPW 계획을 축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팹리스 업체들에 “MPW 이후 싱글런 양산으로 가는 부분에선 약속 짓기 어렵다”는 얘기를 전했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MPW활용 이후 파운드리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최종적으로 그다음 양산까지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는데요. 이제 이 부분이 어려워진 것이죠.

그만큼 삼성전자는 이미 고객사 주문이 꽉 차 있는 상태라서 새로운 중소 팹리스의 적은 물량까지 받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알렸다고 합니다.

팹리스 업계 한 관계자는 “MPW 이후 양산 주문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이 아닌 신규 MPW 주문은 아예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전력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이미지센서 등을 주로 제조하는 8인치 웨이퍼 공정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MPW 라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민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공학과 교수는 “특히 정부 과제를 하는 팹리스 업체에서는 일정에 맞춰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실패라고 인정이 되기 때문에 MPW 활용이 특히 중요하다”며 “또 고정된 일정 때문에 파운드리 업체와 팹리스 업체의 일정 ‘미스매치’ 문제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과제에 대한 MPW는 삼성전자와 DB하이텍 등이 일정과 무관하게 최우선적으로 해줘야 할 것”이라며 “또 정부에서는 파운드리 업체에 경제적인 부분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 파운드리에서 제공하는 8인치 MPW 연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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