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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 1일 펴낸 ‘2021 CS 젠더 3000’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9.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5년 3.9%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6년간 5.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는 세계 평균인 2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한 CS가 조사한 총 46개 국가 중 일본을 뒤이어 두 번째로 낮다.
최근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은 ESG 기조 속 강조되고 있는 요소다.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사회 내 다양성의 측면에서 여성과 소수자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한다.
CS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은 8.9%포인트 상승해 10년 전에 비해 약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유럽과 북미 지역의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은 34.4%와 28.6%를 각각 기록하며 ‘글로벌 평균’을 끌어올렸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7.3%, 중남미는 12.7%였다.
CS는 “여성 임원 비율 개선의 지역별 상대 성과는 ESG 투자의 확산 수준을 반영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여성 임원 비율 증가에 대한 정책적 압력이 큰 지역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높았다”라고 분석했다.
기업에서 ‘여성’이 부족한 곳은 이사회뿐만이 아니다. CS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경영진 내 여성 비율(WiiM)은 올해 8%에 불과했다. 이는 2021년 평균인 19.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이 역시 일본 다음으로 가장 낮다. 또한 아직까지 전 세계 여성 최고경영자(CEO) 수는 전체 CEO의 5.5%에 불과하며,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6%에 그친다. 한국 기업으로 좁혀보면, 여성 CEO의 비율은 4%이며, 여성 CFO를 둔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 “다양할수록 성과도 좋아”… ‘다양성 프리미엄’
CS는 올해 보고서뿐만이 아니라 이전 보고서를 통해서도 성별 다양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높은 경영 성과, 주가의 초기 성과 등 ‘다양성 프리미엄’이 존재한다고 분석해왔다. CS는 “성별 다양성이 평균을 상회하는 기업이 평균을 하회하는 기업 대비 초과 성과 달성, 더 높은 ESG 등급을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CS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다양한 정체성, 성소수자 등과 함께할 때의 성과가 특히 더 높았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CS는 가중평균 시가총액과 업종을 고려해 총 400여개의 ‘성소수자 포용 기업’을 추려냈고,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다양한 외부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성’이 기업에 주는 영향을 분석했다.
CS는 “최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여성과 다양성을 기업 전략에 핵심을 두는 기업을 주목할 만하다”라며 “이해관계자들 역시 이사회와 경영진 등을 넘어 ‘다양성 공시 정보’에 더욱 관심을 두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리차드 커슬리 CS 글로벌 테마 리서치 헤드는 “CS 젠더 3000 보고서를 통해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성별 다양성’과 ‘기업의 초과성과’ 간의 강력한 상관관계를 확인했다”라며 “전세계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주요 신흥국은 아직까지 개선의 여지가 더 많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크레디트스위스의 ‘2021년 CS 젠더 3000 보고서’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 국가, 1440여개 기업을 포함해 총 46개국, 3000여 기업에서 3만3000명의 고위직 임원 성비 분석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