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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법’이 갑자기 이슈화된 배경은 부처들의 자기 존립 다툼이다. 공정위가 사후 규제 중심이었던 경쟁법에 사전규제를 도입하는 것(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으로 영역 확장에 나서자, 방통위가 공정위 소관이었던 거래 질서에까지 깊숙이 개입하는 법안(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으로 전쟁에 뛰어들었다.
당장은 일반 경쟁당국인 공정위와 특수 영역 규제기관인 방통위간 다툼으로 보이나, 이를 사전과 사후, 데이터 접근권까지 확장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할까지 건드린다. 부처간 ‘역할과 기능 조정’이 제대로 안 되면 중복 규제로 국민과 기업들만 고통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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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지지학자, 공정위 지지학자 달라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장은 “EU는 집행위 산하에 정보통신총국 플랫폼 부서가 하고, 경제산업성(기재부)이 하는 일본도 사업자 자료 제출 의무 부과, 보고서 평가, 조치 부과 등은 모두 총무성(과기정통부격)과 사전협의하게 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전문 규제기관(방통위·과기정통부)이 있다”고 말했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법제조사평가팀장은 “방통위는 온라인플랫폼의 시스템 안정성, 정보전송의 효율화, 호스팅 책임 등의 분야에 힘을 쏟아야 하지 않나”라면서 “기존에도 이용자 이익저해 관련해선 소비자 쪽만 했지 B2B(기업간거래)쪽으로 안 한 건 사실이다. (방통위 소관법은)기존 규제 틀에서 벗어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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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개보위도 끼어들 태세…부처 역할 조정과 함께 가야
공정위와 방통위간 갈등이 일반 규제기관과 특수분야 규제기관 간 다툼이라면,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를 둘러싸고는 과기정통부와 갈등이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은 “사후규제기관인 공정위가 계약서 작성 같은 사전규제를 넣으면 사전규제하는 산업정책 당국인 과기정통부의 부가통신사업자 규제권이 공정위로 넘어가는 효과가 있다. 정보통신사업법 등을 만들려는 과기정통부는 일이 없어진다”고 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온라인플랫폼 규제는 어느 나라나 경쟁정책(사후규제)중심으로 하고 해결이 안되는 게 있으면 사전규제로 메우려 한다”면서 ”계약서 작성은 사전규제이긴 하지만 상당부분 거래가 계약서도 없이 이뤄져 적정수준에서 강제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이동권을 다루는 개인정보보호위와의 권한 조정 문제도 제기된다. 방통위 소관법에는 ‘이용자가 원할 경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본인 또는 제3자에 데이터 전송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는 EU 규정의 ‘데이터 접근’과 다르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팀장은 “EU와 달리 우리 법은 전송요구라고 해서 마치 방통위가 개보위를 고려한 듯한 모양새”라며 “이용자들은 현실적으로 전송요구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방통위, 과기정통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국회가 졸속으로 온라인 플랫폼법을 입법하기보다는 중복 규제를 없애도록 정부내 부처별 역할 조정부터 해야 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