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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핫플] 폐허에서 '대구'의 예술이 피어나다

강경록 기자I 2020.09.11 06:00:00

대구 중구 수창동 '수창청춘맨숀'

구 KT&G 연초제초장 직원의 관사였던 ‘수창청춘맨숀’. 2년간의 개보수후 청년작가 예술공간으로 새로 태어났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대구 중구 수창로의 수창청춘맨숀. 구 KT&G 연초제조창 직원들의 관사였던 아파트였다. 1976년부터 관사로 사용하다 1996년 폐쇄 이후 20년이 넘도록 버려져 있었다. 그렇게 지역의 골칫거리였던 수창청춘맨숀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 재생 사업에 선정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낡은 건물의 외벽을 살려 아파트가 가진 50년의 세월을 보존하면서, 내부를 정돈해 청년 작가들의 무대로 만들었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 그렇게 2년간의 개·보수 후 2017년 12월에 ‘수창청춘맨숀’을 공식 개관했다.

동네의 흉물스러웠던 폐건물은 지금 청년작가의 예술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연초제조창 사택으로 쓰인 A~B동은 리모델링해서 복합 예술 공간으로 거듭났다. 새로 지은 C동은 A동과 B동을 이어준다. 입구인 A동 1층은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북 카페, 아트 숍, 무인 카페가 자리한다. 내부에는 ‘안녕 수창, 안녕 청춘’이 새겨진 네온이 반갑게 맞이한다. 커다란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고즈넉하다.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시실이다. 어느 집의 거실, 안방, 화장실이었을 법한 곳이 모두 전시 공간이 됐다.

수창청춘맨숀은 거의 손대지 않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건물 외부는 베란다 난간 크기에 맞게 시각예술 작품을 걸었고, 계단과 복도의 우편함, 전등 스위치 등은 설치미술 작품으로 꾸몄다. A동과 B동으로 나뉘지만 정해진 동선은 없다. 어디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품이 있고, 눈이 가는 곳마다 전시된 작품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초제조창 사택의 이야기도 있다. 당시 이곳에 근무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연초제조창이 있던 곳인 만큼 환희, 솔, 거북선, 88 등 담뱃갑을 종류별로 모아놓은 액자가 인상적이다.

수창청춘맨숀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수창청춘극장’. 청년 예술가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진행하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이다. 공연장은 따로 없다. 화장실이 무대면 거실은 객석이 되고, 아파트 앞마당이 무대면 테라스가 객석이 된다.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공연한다. 매달 넷째 토요일에는 ‘수창피크닉’도 열렸다. 마당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핸드메이드 소품을 판매하는 아트 마켓을 벌였다. 북 카페에서 돗자리를 펴고 독립 영화를 즐기는 ‘돗자리영화관’도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중이라 당분간 공연과 행사는 열리지 않는다.

구 KT&G 연초제초장 직원의 관사였던 ‘수창청춘맨숀’. 2년간의 개보수후 청년작가 예술공간으로 새로 태어났다.
구 KT&G 연초제초장 직원의 관사였던 ‘수창청춘맨숀’. 2년간의 개보수후 청년작가 예술공간으로 새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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