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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반사 효과로 배달앱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소 소상공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장 내 취식이 제한되면서 온전히 배달 주문에 목을 매야 할 정도로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자본에 잠식된 공룡 배달플랫폼사의 갑질 횡포에 갈수록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배달시장의 양적 성장세에 걸맞게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수료 인상에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
최근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발표한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앱 가맹점 10곳 중 8곳(79.2%)은 ‘배달앱사에 지불하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고 답했다. 이 설문은 배달앱-가맹점간 거래 행태와 불공정거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무작위로 2000개 외식 배달 음식점을 선정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가맹점주는 배달앱사가 요구하는 ‘리뷰 작성 시 사이드 메뉴 추가 제공’(28.5%), ‘할인쿠폰 발행’(22.1%), ‘배달비 지원’(15.3%) 등이 점포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가령 국내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은 소비자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할인쿠폰 발행, 1+1 상품 제공, 배달료 할인 이벤트 등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이는 결국 음식점주가 모든 부담을 져야 한다.
마포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배달플랫폼사가 이벤트를 진행하면 당연히 을(乙)에 해당하는 가맹점이 모든 비용을 낼 수 밖에 없다. 돈을 많이 내거나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조건으로 노출을 더 시켜줄 수 있다고 회유 아닌 회유를 한다”며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음식값을 올리거나 음식 양을 줄이면 비슷한 가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대문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이제는 배달을 위주로 영업을 하다보니 고객 컴플레인이 전에 비해 상당히 많아졌다. 직접 고용하지 않은 라이더가 비 올 때 배달을 조금 늦으면 리뷰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면서 “임대료가 월 200만원씩 나가는데 광고비나 배달 수수료가 갈수록 올라 직원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빠듯하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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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몸값도 인상…중소 배달앱사 설 자리 잃어
최근 라이더들의 몸값 인상으로 배달 수수료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배달대행 업체인 생각대로는 최근 노원구 지역 배달 수수료를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은 4500원으로 인상됐다. 최근 배달앱 3위로 급부상한 쿠팡이츠는 자체 라이더를 모집하면서 건당 1만5000원을 지급, 다른 배달플랫폼사의 배달비 인상을 촉발시켰다.
이처럼 대형 플랫폼사들이 독과점한 배달시장에서 중소 배달앱사는 명함도 못 내밀고 있다. 가맹점 확보를 위한 마케팅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상위 배달앱사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10만개 가맹점 모집을 위해서는 100억원 이상 소요될 정도로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며 “요기요나 배달통의 경우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만 1000억원 이상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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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초기 투자비용을 확 줄인 새로운 배달앱이 잇따라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이번 달 16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제로배달 유니온이 대표적이다. 이 앱을 이용하는 중소 플랫폼사는 26만 제로페이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고, 각 가맹점은 중개수수료를 2% 이하로 줄일 수 있어 서로 간 상생이 가능하다.
한 중소 배달앱사 관계자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배달수수료나 초기 투자 비용이 확 줄어들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대 10%나 싼 서울사랑상품권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며 “가입을 희망하는 소상공인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