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해 2억2300만달러(원화 약 2600억원)에 이르는 기록적인 암호화폐공개(ICO)에 성공했던 대형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테조스(Tezos)`를 상대로 한 투자자들의 증권집단소송에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해외에 법인을 세우고 그를 통한 ICO도 자국법상에 명시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례가 확립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북부지방법원 리처드 시버그 연방판사는 `원고 아만 안바리가 진행하고 있는 증권집단소송 소 제기를 기각해달라`며 테조스 창립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를 기각하지 않겠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이번 증권집단소송은 테조스의 ICO 과정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테조스의 창립자인 아서 브레이트먼과 캐서린 브레이트먼과 테조스 재단, 재단의 미국내 법인인 다이나믹레저솔루션(DLS)을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지난해 텔레그램 ICO(20억달러) 이전까지 역대 최대였던 ICO 자금 모집 이후 개발자와 운영진 간 분쟁으로 사업 계획이 미뤄지자 투자자들이 소송을 낸 상태다. 대표 원고인 안바리는 암호화폐 투자회사인 퍼킨스 코이 어소시에이츠의 전 파트너였고 테조스 ICO에서 250이더(Ether)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피소인 브레이트먼 부부는 “테조스 재단 자체가 스위스에서 설립돼 그 곳에서 운영되고 있고 ICO 역시 스위스로부터 이뤄졌기 때문에 테조스와 DLS는 미국내 관련법령에 따른 어떠한 피해 책임도 지지 않아야 한다”며 증권집단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시버그 판사는 판결문에서 “브레이트먼 부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서 원고측의 주장을 위협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ICO에 따른 책임이 없다거나 책임을 전가할 만큼 충분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ICO 과정에서 미국내 법인인 DLS가 일정 부분 관여해 테조스 재단을 지원했던 만큼 두 법인을 완전히 동떨어진 실체로 볼 순 없다”고도 했다.
시버그 판사는 “ICO에서 코인 판매의 결정적 부분들이 미국 바깥에서 이뤄졌다고는 하나 원고의 주장처럼 현실적으로 거래는 미국 내에서도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바리가 250이더를 투자한 것도 미국내 애리조나에 있는 서버에서 이뤄졌고 이를 관리하는 책임자인 아서 브레이트먼 역시 캘리포니아에 있었다”며 “특히 ICO 마케팅 역시 미국내 거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법원은 미국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DLS 지분 10%를 가지고 ICO를 지원했던 팀 드래이퍼와 테조스 ICO에서 중개서비스 역할을 했던 비트코인 스위스를 추가 피고인으로 지정했다. 드래이퍼는 “ICO 당시 테조스에 투자하기로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주장했고, 비트코인 스위스는 “우리는 ICO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테조스 재단과 창립자인 브레이트먼 부부는 ICO에 따른 투자 손실 문제로 인해 이번 소송을 제외하고도 별개로 3건의 집단소송에 연루돼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