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文정부 1년]일감 없어도, 저성과자도 감원 불가능…기업은 희망퇴직 고육책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피용익 기자I 2018.05.09 06:30:00

수주가뭄에 감원나선 조선사에 "지원해줄테니 채용 늘려라"
고용유지 정책이 일자리 창출 막아..고용·해고 유연성 보장해야
기업 대신 정부가 사회안전망 구축해 노동자 보호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청와대에 마련한 일자리 상황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이데일리 피용익 남궁민관 김소연 기자] 3월 말 기준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 잔량은 1658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최근 3개월 연속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장기 불황으로 인한 일감 부족은 여전하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1분기 수주량이 7척에 그쳤다. 이 회사는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달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러자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현대중공업에 ‘희망퇴직 실시 관련 노사관계 지도’ 공문을 보내 “법과 절차에 맞게 희망퇴직을 실시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선업 발전전략’을 내놓고 올해부터 2020년까지 ‘빅3’ 조선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를 대상으로 연평균 3000명 채용 목표를 발표했다. 재정지원을 지렛대 삼아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구조조정 중인 조산사들을 대상으로 신규채용을 압박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조선업계에 인력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며 “희망퇴직은 막고 신규채용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일감 없어도 저성과자도 감원 불가능

현대중공업이 울며 겨자먹기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일감이 없어도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정부가 나서 비정규직 채용을 가로막고 있고 정규직은 저성과자여도 퇴출이 쉽지 않다.

한국의 노동유연성은 세계 기준을 크게 밑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조사 대상 137개국 중 73위, 해고 및 고용 관행은 88위,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3년 기준 한국의 정규직 고용보호법제지수는 2.37이다. 고용보호법제지수는 값이 높을수록 해고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치인 2.04보다 0.33포인트 높다. 미국(0.26), 캐나다(0.92), 영국(1.10), 일본(1.37)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희망퇴직은 이같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생겨났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저성과자 해고가 쉽고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어 기업이 비용을 투입해 희망퇴직을 실시할 이유가 없다.

경직된 고용유연성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국내 완성차 생산업체 5곳의 평균 연봉은 지난 2016년 기준 9213만원이다. 일본 토요타(9104만 원), 독일 폭스바겐(8040만 원)보다 많다. 반면,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은 현대자동차가 26.8시간으로, 토요타(24.1시간), 미국 포드(21.3시간)보다 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파견제를 활용할 수 없고, 사내 하도급 제한, 근로시간 제약 등 법과 제도가 경직돼 있다”고 생산성 저하 원인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제도 개편을 통해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 노사 간 공감대 형성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임금을 책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야할 일은 기업이 고용유연성을 확보해 자연스럽게 성장해갈 수 있도록 돕는 한편, 근로자들에게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어려워져 해고되더라도 재취업이 가능토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구축하는 데 정부가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기업 대신 국가가 근로자 보호 책임져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회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과 노동자 모두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인건비 비용 부담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고, 추가적 일자리 창출 기대는 줄어든다”며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대신 국가가 사회적안전망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과 같은 나라도 기업에게 유연안정성이라는 방향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연안정성은 1990년대 덴마크·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 나온 개념으로, 기업에는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을 주고 국가가 사회적안전망을 확보해 노동자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모델이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기업에게 근로자 보호책임을 맡겼다면 그 책임을 국가가 가져가고 기업은 경영활동을 통해 생산선을 확보,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속해서 일자리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고용상황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 수준”이라며 “노동시장을 경직화하는 정책 등으로 인해 기업이 경영 환경에 어둡게 보면서 고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인력 채용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