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24.맥마피아, 허구일까 현실일까?

함정선 기자I 2018.01.18 07:00:00
맥마피아(McMafia) 프로모션 컷(출처=BBC)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영국 방송국들의 새해 드라마 라인업 가운데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드라마 중 하나가 영국공영방송 BBC가 비싼 제작비를 들여 러시아, 크로아티아, 인도, 이집트 등을 돌며 찍을 정도로 야심차게 준비한 맥마피아(McMafia) 입니다.

동시간대 1위로 스타트하면서 순항하고 있죠. 저널리스트 미샤 글레니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로 러시아 마피아의 아들이지만 영국서 교육 받은 엘리트로 헤지펀드를 운영하며 잘 살고 있던 주인공 알렉스 구드만이 아버지의 세계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주인공 알렉스를 연기하는 제임스 노튼은 다니엘 크레이그를 잇는 영화 ‘007제임스본드’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거론될 만큼 집중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범죄조직인 러시아 마피아가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개치는 섬뜩한 현실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꼽힙니다.

이 과정에서 엘리트 금융인, 변호사 등이 이윤을 취하기 위해 범죄행위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모습도 그리고 있고요.

최근 몇년 사이 파나마, 버진 아일랜드 등 세금을 완전히 안 내거나 아주 조금만 내는 곳에 이름뿐인 회사를 만들어 자신이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 탈세한 정치인, 경제인,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을 까발린 파나마 페이퍼와, 파라다이스 페이퍼 등이 공개되면서 논란과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조세피난처에 돈을 옮겨 탈세하는 것도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죠. 결국은 부자들이 부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비싼 로펌 등을 고용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세금을 회피하면서 국가는 세수가 줄어들고 세수의 부담이 일반 서민들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드라마 맥마피아에서도 마피아 집단이 케이만제도, 바하마 등 조세피난처 등에 이름뿐인 회사들을 세우고 이들 페이퍼컴퍼니를 거치면서 출처를 여러 번 세탁하고 조세 당국의 법망도 피한 채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아무런 제재 없이 전 세계 이곳저곳에 옮기면서 마약거래, 무기거래 등 불법 거래에 이용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각종 불법거래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다시 러시아로 흘러들어 가죠.

특히 드라마 맥마피아에서는 글로벌 범죄집단의 자금 흐름과 돈세탁에 런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실제와 크게 동떨어진 모습은 아니죠.

파나마 페이퍼나 파라다이스 페이퍼 등을 보면 런던에 있는 로펌들이 돈의 출처는 의심스럽지만 많은 돈을 가진 전 세계 고객들을 상대로 조세회피처이자 영국령인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이들이 엄청난 규모의 세금을 탈세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 예로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런던 로펌 ‘차일드&차일드’는 2015년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는데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이 붕괴된 이후 옛 소련 지역에서 새로운 권력층 중 하나로 떠오른 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두 딸이 런던에 소유한 수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부동산을 관리하기 위해서죠.

런던이 금융산업 허브의 지위를 유지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적극적인 규제완화와 안전하고 빠른 거래시스템 등 탄탄한 금융인프라과 금융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 자금을 끌어들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동안 영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있으면서 EU 단일 시장 접근권 덕분에 다른 유럽 지역으로 자금을 저비용으로 옮길 수 있는 이점도 누렸죠. 글로벌 범죄집단은 규제가 덜하고 거래 인프라가 탄탄한 런던의 금융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해 부를 축적해 나갔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2010~2014년 러시아에서 서방의 금융시스템으로 흘러간 검은 돈은 200억파운드에 달합니다. 일각에서는 영국 정부가 자국의 기업들이 영국령 조세회피처에 세운 회사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파나마 페이퍼에서 공개된 페이퍼컴퍼니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영국령인 버진 아일랜드에 세워진 것으로 드러난 것으로 볼 때 단순히 영국이 자국인이나 외국인이 영국 정부에 내야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버진아일랜드를 이용한 사례만 제대로 관리해도 엄청난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말이죠.

그러나 문제는 무엇보다 조세회피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유럽연합 탈퇴 관련 협상으로 하루하루 바람잘날 없는 영국 정부에 조세회피 근절은 최우선순위가 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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