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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정권재창출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보수정권 10년에 이어 다시 한 번 국가를 운영하게 됩니다. 보수정권 10년의 피로감이 급증했다는 점과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희박해보입니다. 그러나 야권의 차기 유력주자인 문재인·안철수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점은 희망의 싹을 틔우게 만듭니다. 아울러 당 외곽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든든한 유력주자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닙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는 정권교체입니다. 국가권력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통째로 이동하게 됩니다. 20대 총선 이후 야권은 문재인·안철수 투톱을 앞세워 차기 구도에서 양강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2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문재인·안철수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 정권교체 가능성은 매우 높아집니다. 만일 두 사람이 각각 독자출마해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정권교체의 성격은 더욱 두드러지고 내년초 정계개편의 과정에서 제3지대 세력과 손을 잡고 승리해도 정권교체의 성격은 변함이 없습니다.
◇정권재창출 성공은 이승만·박정희뿐…나머지는 모두 정권교체
역대 대선은 어땠을까요? 87년 대선 이후 모든 대선은 역설적으로 ‘정권교체’였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사의 ABC만 알아도 어불성설입니다. 맞습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대선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틀린 말입니다. 그러나 정권재창출로 보였던 대선은 표면적으로만 그렇지 내용적으로는 정권교체에 가깝습니다. 정책의 연속성보다는 정권 주도세력의 변화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5년 단임제 대통령이 갖는 한계입니다. 정당이나 이념보다는 차기 주자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여론조사가 하나 있습니다. 2011년 6월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입니다. 박근혜의 대선 당선이 이명박 정권의 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는 질문에 정권교체(50.1%)라는 응답이 정권 재창출(34.6%)이라는 의견보다 더 높았습니다. 실제 집권에 성공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세력을 계승했을까요. 모두 알다시피 아닙니다.
비슷한 맥락입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으로 이어지는 대선결과는 사실상 정권교체입니다. 5공화국, 6공화국, 문민정부로 불리며 연속성보다는 단절성이 더 큽니다. 전두환은 6공 때 백담사로 유배를 가야했고 전두환·노태우 두 사람은 문민정부 시절 5.18 특별법으로 사법처리를 받았습니다. 김대중→노무현의 연결고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권의 주도세력이 호남에서 영남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 이후 대북송금 특검, 집권여당 분당,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 등을 겪으며 격렬하게 대립했을 뿐입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사람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두 사람 뿐입니다. 정권재창출 과정에서 불법은 논의로 하더라도 대통령에 연임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은 12년(1948∼1960), 박정희 대통령은 16년(1963∼1979) 동안 정권을 이어가며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여야 누가 승리하든 차기 대선 성격은 ‘정권교체’
자 그렇다면 2017년 대선은 어떻게 될까요? 여야 누가 승리하든 정권교체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의 주도세력 변화는 물론 전임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분야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다른 게 있다면 정권교체의 강도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독자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하면 정권교체의 강도가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민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친노 또는 친문 정당입니다. 다시 말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색깔이 가장 뚜렷한 정당입니다. 더민주의 집권은 노무현 시즌 Ⅱ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극심한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대척점에 서있었다는 점에서 정권교체의 폭과 깊이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으로 국민의당이 독자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국민의당 독자집권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20대 총선에서 예상밖의 성공을 거뒀지만 호남 이외 지역으로 세력확대가 필수적입니다. 창당 당시 내걸었던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대권을 쟁취한다면 이는 한국정치사의 새로운 이정표입니다. 역대 대선에서 여야 양극단이 아닌 제3지대 정당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의당 집권은 한국정치를 선명성 경쟁과 분열이 아닌 통합의 길로 이끌어나가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입니다. 최종 후보로 누가 나서서 대선에 승리하든 정권재창출보다는 정권교체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대통령이 임기말 레임덕을 겪었다는 점에서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불가피합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안팎을 맴돌고 야권 우위의 차기 지형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아무리 새누리당 후보라고 해도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정부의 통치철학과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이는 친박계가 밀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년 뒤 대선에 나선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집니다.
◇개헌 또는 정계개편시 정권교체 여부 아리송?
그러나 모르겠습니다. 더민주, 국민의당, 새누리당의 독자집권이 과연 가능할까요? 여야 3당 중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과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한마디로 다른 정당의 도움없이 단독집권은 어려운 구조입니다. 설령 3자 구도에서 승리한다 해도 집권 이후에는 소수당 정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87년 체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개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아울러 차기 대선을 앞두고 과거 3당 합당이나 DJP연대와 같은 큰 틀의 정계개편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개헌이나 정계개편을 거친 이후 차기 대선에서 다음 대통령이 결정된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정권교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답은 독자들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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