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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경제학]⑧롯데자이언츠 주식을 공모한다면

박수익 기자I 2016.04.09 09:45:33

최동원 91년 지방선거 출마…`새정치의 강속구` 슬로건
롯데자이언츠 주식 일부 시민 공모주 전환 공약 ''눈길''
형제분쟁으로 국민 실망시킨 롯데 지배구조 변화 약속
야구단 주식공모, 소통 의지 있다면 불가능하진 않아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입니다. 요즘 들어 사용빈도가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새정치’란 단어는 여의도정가의 단골 메뉴입니다. ‘새정치’의 원조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5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같은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롯데자이언츠의 전설 최동원 선수는 1990년 32살의 젊은 나이에 야구선수를 은퇴한 후 이듬해 1991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서구 광역의원 후보자로 출마했습니다. 31년 만에 부활한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기에 앞서 그는 여야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았는데 그가 선택한 곳은 여당(민자당)이 아닌 야당(민주당)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3당 합당에 반대하던 인사들이 만든 꼬마 민주당이었죠.

1991년 최동원 선수 선거포스터(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블로그)
그의 선거 슬로건은 가장 최동원다운 ‘건강한 사회를 향한 새정치의 강속구’. 또한 그가 내건 공약 중 하나가 롯데자이언츠 주식의 일부를 시민 공모(公募)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가 낙선하면서 공약은 시도조차 되지 못했지만 이후에도 롯데그룹의 야구단 운영에 문제를 제기해 온 팬들은 아예 구단을 인수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관련기사 [야구의 경제학]④‘화끈한 한화’ ‘인색한 롯데’, 정말 그럴까

앞서 야구경제학 4편에서 롯데자이언츠가 인접 연고의 신생구단 NC다이노스보다 계열 지원도가 낮다는 수치를 제시했는데 단순히 지원금액 문제 외에도 CCTV 사찰 사건 등 건강한 사회적 가치에 반하는 문제도 있었죠. 그래서 작년에는 협동조합원 30만명을 모집해서 1인당 30만원씩 900억원을 출자해 롯데자이언츠를 인수하자는 내용의 공청회까지 열리기도 했습니다.

최근 롯데그룹은 형제간 경영권분쟁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국민의 사랑으로 커온 소비재기업 롯데는 폐쇄적인 경영, 거미줄처럼 복잡한 소유구조 위에 군림하는 일본계열사로 인한 국적논란으로 도마에 올랐습니다. 결국 신동빈 회장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위해 그룹 지주회사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IPO란 최초로(Initial) 일반투자자들에게(Public) 주식을 공급(Offering)한다는 뜻입니다. 이전보다 투명하게 경영정보를 공개한다는 측면도 있고 무엇보다 호텔롯데의 경우 소수가 폐쇄적으로 독점해오던 주식 취득·소유권리를 외부투자자들에게도 허용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일이 롯데자이언츠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최근 공시된 롯데자이언츠의 2015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보면 여전히 독자적인 기업으로 가는 길이 멀어 보입니다. 선수단비용이 포함된 매출원가가 수직 상승하면서 2014년보다 영업적자 폭이 훨씬 커졌습니다. 이런 실적을 가진 회사주식의 실제가치는 현저히 낮습니다. ☞[야구의 경제학]③이승엽 연봉과 같은 라이온즈의 지분가치앞서 제일기획이 삼성라이온즈 지분 64.5%를 6억7596만원에 계열사로부터 매입한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바꿔말하면 앞으로 선진 스포츠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다양하고 효과적인 투자와 지원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주식가치 상승을 기대해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롯데그룹의 그 어떤 계열사보다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곳은 롯데자이언츠 입니다.

지금은 돈을 벌어다 주는 계열사는 아니지만 그룹차원에서 야구단을 발전시킬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팬들과 적극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지만 상장까지는 아니어도 일부 주식 공모 전환이 불가능하리란 법도 없을 것입니다. 이미 프로축구에는 도입돼 있는 시민 공모주를 야구에 도입한다는 자체가 변화이고 혁신일 수 있습니다.

올 초 롯데 계열사들이 정기적인 지원금 외에 추가 자본을 출자하는 유상증자도 단행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5년 전 최동원 선수의 공약인 롯데자이언츠 주식 공모 전환. 그가 원했던 것은 롯데로부터 야구단을 빼앗아오자는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폐쇄적이고 후진적인 구단 운영을 하지말고 시민·팬과 함께 발전시켜 더 사랑받는 구단으로 만들자는 한 야구인의 염원으로 이해합니다. 지배구조 변화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약속한 신동빈 회장의 행보 속에 롯데자이언츠 전설의 오래전 염원도 담겨 있을까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영권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과 호텔롯데 상장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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