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한국 근대불교에서 대중의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두 스님이 만나 주고받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해인사 방장이던 성철스님이 1967년 12월부터 100일 동안 설법한 ‘백일법문’(百日法問) 기간과 1982년 두 스님이 가진 대담시간에 오간 대화를 오롯이 담았다.
성철스님은 엄격한 고행을 통해 독보적인 불교사상과 선풍을 세우며 한국불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81년 조계종 제6대 종정으로 추대된 이후 한국불교의 구심점이 됐다. 스무 살 아래의 법정스님은 1956년 고승 효봉을 은사로 출가해 1970년대 불교계를 대표해 반독재운동을 했다. 이후 ‘무소유’ ‘오두막 편지’ ‘홀로 사는 즐거움’ 등을 써내며 불교의 가르침을 가장 쉽게 전한 스님으로 칭송받았다.
제자와 신도에게 엄하기로 소문이 났던 성철스님은 법정스님에게만큼은 너그러웠다고 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불일암 등에서 홀로 수행하며 올곧게 불법을 수행했던 법정스님을 도반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법정스님은 제자와 후학이 무서워하던 성철스님에게 쓴소리를 하고 질문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법정스님의 질문에 성철스님은 자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3000배를 해야 자신을 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한다. 3000배를 하는 동안 남을 위해 기도하고 마음을 정화하다 보면 그 자체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는 책의 부제처럼 법정스님은 불교의 교리와 세상문제에 대해 성철스님에게 묻는다. 깊고 심오한 진리가 성철스님의 단순하지만 단단한 언어로 흩날렸고 이를 법정스님이 간결하게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