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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은 왜 성철스님에게 따져 물었나

김용운 기자I 2016.02.24 06:16:30

설전
성철·법정ㅣ192쪽ㅣ책읽는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968년 법정스님(1932∼2010)은 가야산 해인사 해림총림 초대 방장에 추대된 성철스님(1912∼1993)의 3000배 친견을 비판하는 글을 불교신문에 기고했다. 성철스님을 만나기 위해 맹목적으로 3000배를 해야 하는 상황을 지적한 글이었다. 당대의 선승으로 불교계 안팎서 존경을 받던 성철스님에 대한 ‘하극상’이었다. 당시 해인사에 머물던 법정스님은 기사가 논란이 되자 해인사를 떠났다. 그리고 15년여가 지난 뒤 성철스님을 찾았다. 법정스님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스님을 뵈려면 누구를 막론하고 불상 앞에서 3000배를 해야 한다는데 어째서 그리하라 하십니까.”

책은 한국 근대불교에서 대중의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두 스님이 만나 주고받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해인사 방장이던 성철스님이 1967년 12월부터 100일 동안 설법한 ‘백일법문’(百日法問) 기간과 1982년 두 스님이 가진 대담시간에 오간 대화를 오롯이 담았다.

성철스님은 엄격한 고행을 통해 독보적인 불교사상과 선풍을 세우며 한국불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81년 조계종 제6대 종정으로 추대된 이후 한국불교의 구심점이 됐다. 스무 살 아래의 법정스님은 1956년 고승 효봉을 은사로 출가해 1970년대 불교계를 대표해 반독재운동을 했다. 이후 ‘무소유’ ‘오두막 편지’ ‘홀로 사는 즐거움’ 등을 써내며 불교의 가르침을 가장 쉽게 전한 스님으로 칭송받았다.

제자와 신도에게 엄하기로 소문이 났던 성철스님은 법정스님에게만큼은 너그러웠다고 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불일암 등에서 홀로 수행하며 올곧게 불법을 수행했던 법정스님을 도반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법정스님은 제자와 후학이 무서워하던 성철스님에게 쓴소리를 하고 질문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법정스님의 질문에 성철스님은 자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3000배를 해야 자신을 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한다. 3000배를 하는 동안 남을 위해 기도하고 마음을 정화하다 보면 그 자체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는 책의 부제처럼 법정스님은 불교의 교리와 세상문제에 대해 성철스님에게 묻는다. 깊고 심오한 진리가 성철스님의 단순하지만 단단한 언어로 흩날렸고 이를 법정스님이 간결하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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