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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뻥이요.” 모두 귀를 막는다. ‘뻥!’ 소리와 함께 모락모락 김이 난다. 갓 튀겨낸 구수한 뻥튀기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당시 설을 맞는 시장의 흔한 모습이었다. 그곳에는 추억과 수많은 이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있다. 전통시장으로의 여행은 그래서 늘 기다려진다. 한국관광공사가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가볼 만한 여행지로 전통시장을 추천했다. 콘셉트는 ‘재미를 사고파는 즐거운 전통시장’이다. 전국의 수많은 전통시장 가운데 고르고 골라 5곳을 선정했다. ‘남도음식의 비법이 숨어 있는 광주의 말바우시장’ ‘항구의 정취와 펄떡펄떡 희망이 오가는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푸짐한 인심과 먹는 즐거움이 어우러진 경주 성동시장’ ‘젊은 상인들의 웃음이 가득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기차역 앞 배부르고 등 따뜻한 아산 온양온천시장’ 등이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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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음식 비법을 알려주마 ‘광주 말바우시장’
광주 북구 우산동에 자리한 말바우시장은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끝자리 2, 4, 7, 9일에 장이 선다. 대형마트에 밀려 전통시장이 죽어간다는데 이곳은 갈수록 사람이 많아진다. 장날에는 평균 2만명이 찾을 정도다. 마트에서 결코 기대할 수 없는 가격과 신선함, 재미를 시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설시장에 등록된 점포 500여개, 장날 문을 여는 노점이 800개가 넘어 장날이면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말바우시장은 신선한 채소가 특히 유명하다. 구례와 순창, 곡성과 담양에서 첫차를 타고 올라와 직접 키운 채소를 파는 할머니가 많다. 기름진 땅에서 난 잡곡이 넘치고 남도 잔칫상에 올라가는 홍어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의 명물은 ‘할머니 골목’이다. 시멘트벽 사이 좁은 골목에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앉아 채소와 나물을 판다. 소박하게 차려놓은 채소를 보면 이 정도 팔아서 차비나 될까 싶지만 할머니들은 장에 나오는 자체가 큰 의미다. 광주에는 이외에도 송정5일장과 양동시장이 있다. 광주광역시청 관광진흥과 062-613-3633.
△추천코스=말바우시장→국립아시아문화전당→5·18민주화운동기록관→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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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정취 물씬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영동지방 제일로 꼽히는 강원 강릉시 주문진수산시장에서는 어민의 활기찬 삶과 동해의 싱싱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항구로 돌아오는 어선에는 복어, 임연수어, 오징어, 도치, 가자미, 대구 등 제철 생선이 가득하다. 생선은 경매를 거쳐 순식간에 사라지고 횟집과 난전으로 뿔뿔이 흩어져 손님을 기다린다. 난전에서 가벼운 승강이를 벌이며 흥정하는 맛도 쏠쏠하다. 말만 잘하면 오징어와 멍게를 덤으로 받을 수 있다.
주문진항은 1917년 부산에서 원산을 잇는 동해 뱃길의 기착지로 개발됐다. 이후 다목적 어항으로 발전해 오늘에 이른다. 방파제 길이가 920m에 이르며, 어선 500여척이 정박할 수 있다. 주문진수산시장을 제대로 보려면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해 뜰 무렵 주차타워에 올라가면 붉게 물든 바다를 가르며 귀항하는 어선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어선이 속속 들어오면 항구는 분주해진다. 경매장 바닥에는 펄떡펄떡 뛰는 생선들이 눈을 껌뻑껌뻑 뜨며 새 주인을 기다린다.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420.
△추천코스=주문진수산시장→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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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인심을 맛보는 재미 ‘경주 성동시장’
성동시장은 경북 경주시를 대표한다. 경주역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시장이라 경주시민은 물론 여행객도 많이 찾는다. 원래 성동시장은 지금 시내 중심가 명동의류공판장 자리에 있었다. 규모도 약 1300㎡(400평)로 작았다. 의류나 공구, 간단한 먹거리 등 저렴한 물건만 팔아서 염매시장으로 불렸다. 염매는 ‘염가판매’의 줄임말이다.
성동시장이 지금의 자리로 옮긴 때는 1971년이다. 당시에는 3300㎡(1000평) 규모. 큰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경주시가 점점 커지면서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지금은 약 1만 3200㎡(4000평)에 달하는 경주 최고의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떡집 골목이 보인다. 인절미, 송편, 수수팥떡, 절편 등 갓 만든 떡이 쌓여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떡집 골목을 지나면 생선 골목이다. 어물전마다 조기, 갈치, 고등어, 문어, 오징어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각종 어류가 다 나와 있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문어다. 어물전 입구에 커다란 문어 여러 마리를 길게 걸어놓은 풍경도 성동시장의 볼거리다.
뷔페골목은 성동시장의 먹자골목을 대표하는 명소다. 경주사람들은 이곳을 ‘합동식당’이라고 부른다. 6㎡(약 2평)도 안 되는 식당 10여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기다란 테이블에는 20가지가 넘는 반찬이 수북하게 올라 있다. 콩나물무침, 두부조림, 버섯볶음, 오이무침, 멸치볶음, 동그랑땡, 달걀말이, 불고기 등 먹음직스러운 반찬을 단돈 5000원에 맛볼 수 있다. 경주시청 관광컨벤션과 054-779-6078.
△추천코스=성동시장→대릉원→첨성대 야경→동궁과 월지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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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상인들의 넘치는 활기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은 전동성당에서 풍남문로터리 쪽으로 길을 건너면서 시작된다. 오랜 시간 전주사람과 함께한 곳이다. 하지만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이를 극복하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생긴 공간이 남부시장 6동 2층에 자리한 청년몰이다.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문전성시)으로 시작했다. 2012년 5월에 12개 상점이 문을 열었고, 사업을 마무리한 2013년 이후에도 상인들이 뜻을 모아 시장을 키운 덕에 현재 32개 상점을 갖추고 있다. 공간도 독특하다. 1층 상가를 오고 갈 때 잘 보이지 않는 2층에 자리한 것이다. 덕분에 청년들이 오붓한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남부시장 청년몰은 시장의 활력을 되찾게 한 명물이다. 청년몰의 슬로건인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에는 젊은 상인들의 삶이 행복할 수 있도록, 그 행복을 주변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잘 살자는 뜻이 담겼다. 그래서인지 청년몰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손님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웃음, 손님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터져 나오는 웃음이다.
남부시장의 또 다른 명물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에 시작되는 야시장이다. 작은 이동 판매대 35개에 나와 있는 음식과 수공예품이 다양해 전주시민과 여행자에게 인기를 끈다. 자만벽화마을, 여명카메라박물관, 전주부성의 동서남북을 잇는 부성길도 함께 돌아보기 좋은 관광지다. 경기전관광안내소 063-287-1330.
△추천코스=한옥마을 여명카메라박물관→경기전→전동성당→남부시장 청년몰→풍남문→전주부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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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시장 가자 ‘아산 온양온천시장’
기차와 전통시장, 온천은 추억여행의 매개다. 기차를 타면 닿는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시장은 ‘배부르고 등 따뜻한’ 시장이다. 장항선 온양온천역에서 내려 큰길 하나 건너면 북적거리는 장터가 나온다. 온양온천시장 골목에서 불현듯 만나는 추억의 온천탕은 겨울이면 훈훈함을 더한다.
온양은 휴양기능을 하는 행궁이 자리한 왕의 휴양지였다. 온양장터는 행궁 수라상에 식재료를 공급했다. 그 명맥을 이은 온양온천시장은 상설시장과 함께 ‘맛내는 거리’ 등 다양한 테마거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시장 소머리국밥은 온천과 더불어 추운 겨울을 뜨끈하게 데워주는 별미다.
온양온천시장은 2008년 수도권 전철이 온양온천역까지 이어지며 삶터와 가까운 장소로 변모했다. 기차 외에도 전철을 타고 느긋하게 다녀올 수 있다. 2010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며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먹거리촌과 온천이 함께 들어서 겨울여행에 안성맞춤이다. 온양온천시장은 사통팔달의 요지에 있다. 인근 관광지로 가는 버스도 시장 앞 정류장에서 대부분 탑승할 수 있다. 온양온천역 관광안내소 041-540-2517.
△추천코스=온양온천시장→외암민속마을→현충사→온양온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