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자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마포구 서교동 메세나폴리스 분양담당 직원이라는 그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찾는 고객이 많아 내놓는다”고 말했다. 사실일까? 해당 아파트 시공사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그러자 “미분양 물량인데 분양 대행사들이 판매 욕심에 회사 보유분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해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분양 대행사들이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회사 보유분’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허위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분양시장 호황기를 틈타 서둘러 잔여 물량을 처분하려는 분양업계의 영업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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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회사 보유분이라며 미분양을 홍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모델하우스를 들른 방문객이 남겨놓은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남긴다. 이날 전화를 건 분양 담당자는 “VIP에게만 전화하는 것”이라며 상대편의 감정 공략 방법을 썼다. 그래놓고선 이들은 ‘회사 보유분을 선착순 분양한다’고 쓴 현수막을 서울 곳곳에 내걸고 있다. 전화뿐 아니라 전단이나 현수막도 대대적으로 동원하는 것이다.
회사 보유분이라고 소개한 뒤 파격적 할인 혜택까지 있다고 홍보한다면 대개 몇 년 째 팔리지 않고 있는 대형 미분양 아파트일 확률이 높다. 메세나폴리스의 경우 분양 담당자는 “실입주금 20%만 있으면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출금 45%에 대해 3년간 이자를 지원해주고, 잔금 35%는 3년간 유예해 주기 때문이란다. 현재 특별분양 중인 물량은 전용면적 122㎡, 148㎡형이다. 이들 주택형의 실거래가는 최고 17억원에 이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 단지 전용 122㎡형은 11억 6000만~14억 5154억원에, 전용 148㎡형은 16억 233만~17억 2257만원에 팔렸다. 입주금의 20%만 내면 살 수 있다지만 수 억원을 마련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분양한 지 얼마 안 된 미분양을 회사 보유분이라며 내놓은 것도 있다. 이 또한 중대형 미분양인 경우가 많다. 서대문구에서 올해 분양한 ‘아현역 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 큰 평수인 전용면적 109㎡형 아파트를 이러한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서대문구 곳곳에 이를 알리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기재된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보니 분양 담당자는 “주변 단지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으니 매매를 서둘러라”고 부추겼다.
◇완판 계약 체결 했다더니 두달후 보유물량 내놔
분양업체들이 미분양 물량을 회사 보유분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희소성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회사 보유분이란 홍보 자체가 단지의 희소성을 내세워 마치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건설사가 실제로 보유한 물량도 있지만 대부분 미분양으로, 잔여 물량 처리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100% 계약’(완전 판매)을 체결했다는 아파트 단지도 한 두 달쯤 후 회사 보유분이라며 물량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포스코건설이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광교 더샵’은 다음달 100% 계약됐다고 밝혔으나, 8월 모델하우스 외벽에는 회사 보유분 특별 분양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렸다.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에서는 다 팔았다고 해놓고선 뒤에서는 여전히 판매 활동을 벌이고 있어서다.
이는 뒤늦게 계약을 취소하거나 중도금을 연체 또는 내지 않아 계약이 자동 해지된 물량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계약이 100% 된 것처럼 허위로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남상우 부동산114 연구원은 “건설사가 스스로 완판과 미분양의 기준을 정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사실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계약률이 95%만 되면 나머지 5%는 회사 보유분이라며 빼놓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물건을 매입할 생각이라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연구위원은 “회사 보유분 분양 시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큰 혜택은 없다”며 “‘싼 게 비지떡’이라고 미분양 물량은 입지가 좋지 않고 분양가도 비싼 경우가 많은 만큼 이를 고려해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