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상반기 한국 증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화장품주 주가가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에 따른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와 고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수요 회복과 이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 등으로 하반기 화장품주가 여전히 시장을 주도해갈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만만찮다.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090430)은 7월 들어서만 8.6% 하락했다. 아모레G(002790)도 8.3% 내렸고, LG생활건강(051900) 역시 8.3% 빠졌다.
특히 액면분할 전 300만원을 넘어서면서 폭발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던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일 장중 사상 최고가인 45만5500원을 기록한 뒤 열흘도 채 되지 않아 15.3%나 고꾸라졌다.
기관과 외국인이 동시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달 들어 기관 매도 상위권에는 아모레퍼시픽(약 1599억원), LG생활건강(약 794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외국인 역시 아모레G(약 412억원), 코스맥스(192820)(약 339억원) 등을 내다팔았다.
화장품주의 폭발적 상승에 제동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메르스다. 메르스 확산으로 지난달부터 화장품주의 상승을 이끌었던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수가 급격히 줄면서 2분기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업종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시 순매도로 수급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인과 기관 모두 3월, 4월 고점 이후 차익실현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급격한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데 따른 영향도 크다. 화장품 업종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이익비율)은 약 40배에 가깝다. 이 연구원은 “화장품 업종의 이익 전망치 하향조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2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며 밸류에이션 부담도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화장품주의 하반기 상승 지속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메르스에 따른 중국인 매출 감소가 우려만큼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4~5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모두 1~3월 못지않은 호황을 누렸을 가능성이 크고, 7월 둘째주 중국인들의 한국관광 예약률은 다시 반등세를 보이며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로 인한 실적 우려는 단기 이슈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005930)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화장품주의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형주에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며 “대안이 없는 만큼 화장품주는 여전히 주도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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