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주말을 이용해 찾은 청계산 등산로 입구는 등산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화려한 원색의 옷들로 주말 등산로는 시내 명동거리를 뺨칠 정도였다. 비단 청계산만의 풍경은 아니다. 요즘 웬만한 등산길은 패션쇼장을 방불케 한다.
등산로 입구의 아웃도어 매장 전성시대를 이끈 선두주자는 ‘청계산’이다. 청계산은 매년 30만명의 등산객이 몰리는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산이다.
그렇다 보니 3~4년전부터 등산복과 등산 용품을 파는 아웃도어 매장이 앞다퉈 들어서고 있다. 지하철 청계산입구역부터 등산로 초입까지 약 500m에 이르는 청계산로에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의류 매장 17곳이 영업 중이다. 최근 3년 새 5곳이나 들어섰다.
도봉산 북한산 검단산 등 서울 근교 다른 주요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5조8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2006년 1조2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6년간 4.8배로 급증한 셈이다. 올해 역시 소비 침체에도 불구하고 두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성장세다.
전문가들은 실용성과 기능성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성향과 등산하기 좋은 사계절 날씨, 최근의 경제 상황 등이 맞물려 아웃도어 열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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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의류와 캐주얼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골프의류 수요를 아웃도어 브랜드가 잠식, 골프웨어 시장이 더욱 축소되는 상황이다.
골프의류의 경우 현재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빈폴골프·르꼬끄골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골프웨어 브랜드가 마이너스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과 2월 롯데백화점의 캐주얼과 골프웨어 매출은 각각 11%, 3.4% 감소했다.
골프의류의 실적이 악화되자 백화점들은 앞다퉈 아웃도어 브랜드의 비중을 늘리고 골프웨어존 축소에 나섰다.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은 올초 골프의류 매장 10곳을 철수시켰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기존 의류업체들도 아웃도어로 눈길을 돌린다. 작년과 올해 국내에 새로 생기거나 수입되기 시작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무려 20여곳에 달한다.
백화점 한 매장 관계자는 “3년 전부터 스포츠 층에서 아웃도어와 골프웨어의 명암이 갈렸다”면서 “요즘 골프장에서도 아웃도어 재킷을 입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정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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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 중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등산이 젊은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이유다.
나성아 LG패션 라푸마 청계산점 지점장은 “여성고객이 많아지면서 등산용 스커트나 레깅스 등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한 도심형 아웃도어 의류 매출도 덩달아 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추세는 중장년층 고객에게까지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K2에 따르면 실제 20~30대 신규 여성고객은 최근 3년간 385% 늘었다. 같은 기간 40~50대 여성 고객 증가율(24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남녀 커플 등산객 수도 크게 늘었다는 게 청계산 인근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헬리한센 매장 관계자는 “부부나 연인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30~40%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을 겨냥해 커플룩, 키즈 라인까지 출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장년층들은 물론 중고교생들까지 평상복, 교복 위 재킷으로 즐겨 입는 덕도 봤다.
○1~2시간이면 갈 수 있는 ‘접근성’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산인구는 지난 2001년 1000만명에서 2013년 현재 약 2000만명으로 추산된다. 1~2시간 안팎이면 산에 갈 수 있는 좋은 접근성이 등산인구를 유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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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덕도 크다. 작년 하반기 들어 아웃도어 매출이 추춤한 반면 강추위가 찾아오자 다운재킷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이날 몽벨 매장에 들른 한수희 씨(여·46)는 “편한 것도 이유지만 집에서 뒹굴다 먼지 툭툭 털고 나와도 챙겨 입은 것 같은 효과를 줘 즐겨 입는다”며 “혹한이면 혹한이어서 날씨가 좋으면 좋아서 아웃도어를 구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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