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병재 문화레저에디터] 지난 달(1월15일짜) 이 칼럼을 통해 “영화계, 이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글의 요지는 대선에서 거의 모든 영화인이 지지한 문재인후보가 패해 영화계가 멘붕이지만 한국영화계의 최고 전성기를 맞은 요즘 한눈을 팔지 말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극장을 찾게 하자는 취지의 글이었다.
이 글이 나가고 영화계 몇몇 지인을 만났다. 한 감독은 몇몇 제작자나 유명 감독들을 중심으로 노골적으로 후보지지 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많이 기가 죽어 그들 역시 퇴출 대상이라고 했다. 반면 한 제작자는 “아직도 대부분의 영화인들이 대선 패배의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며 “영화판은 영원한 좌판”이라고 말했다. 이 말들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면 작금의 영화계가 먼가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영화 종사자도 다른 문화예술인이 그렇듯이 이념에 복무하기보단 자신의 예술적인 기질과 감성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치유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바람직스러운데 말이다.
최근 영화계에 중요한 인사가 있었다. 그러나 왠 일인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있다. 언론도 대부분의 영화관계자도 간과하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사무국장 교체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이하 제협)인사가 그것이다.영진위는 한국영화의 정책을 수립하고 산업을 지원하는 유일의 정부기관이고 제협은 우리 영화제작자의 최대 민간 단체이다. 이 두 인사는 향후 영화계 판도 읽을 수 있는 수장의 교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박근혜 새 정부의 출범직전에 거의 동시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중 영진위 인사는 뜬금없고 이상하다. 별다른 이유없이 왜 쫒기듯 서둘러 위원장 김의석-사무국장 김인수 체제로 급조했을까? 그렇지 않아도 새 정부가 출범해 정부 산하기관장들의 교체되면 영진위의 재편이 불가피한데 왜 안해도 되는 인사를 했을까 하는 점이다. 영진위와 충무로 실세 영화인간에 정치적인 복선이 갈려 있다는 말이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린다. 영화인 실세들이 기대했던 후보가 되지않자 새정부 치하에서 최소한의 교두보 확보다, 새 정부 출범이후 김위원장의 영화판의 복귀를 위한 선심용이다 등등 말많고 탈도 많은 충무로의 믿거나 말거나 통신들이 난무하다. 이같은 말들의 진위여부야 시간이 되면 드러나겠지만 영진위가 안해도 될 인사를 해 오해를 산 것 사실인 것 같다.
지금 영화계는 상대적으로 다른 문화예술계보다 살림살이가 나은 편이다. 지난해 한해 1천만 관객영화가 2편에, 500만명이상 동원한 영화 10편이나 쏟아졌다. 지난 한해 한국영화만 본 관객이 1억명이 넘어섰다. 영화사상 최대 대박을 기록했다. 이같은 흥행기록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산업적인 성공엔 정부 지원책도 한몫했다. 영화가 공연, 애니메이션등 다른 장르보다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책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영화판이 겉으로는 진보, 보수간 진영싸움인 것 같아도 좀 더 들여다보면 결국 밥그릇 싸움이 아닌 적이 있었는지 반문해 봐야한다. 자신들 영화가 지원 받으면 소통이요, 못 받으면 소통부재, 정책부재라고 한 적은 없었는지? 이번 영진위 인사가 진영논리의 산물이 아니길 지켜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