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3년전 OB맥주 인수전에서 사모펀드(PEF)에 고배를 마신 롯데가 이번엔 웅진코웨이(021240)를 품에 안을 수 있을까. 롯데그룹의 인수의지와 함께 하이마트의 매각향방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4400억원 수준인 웅진코웨이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국내외 사모펀드와 롯데, KT, GS리테일 등 국내 기업, 중국, 미국, 유럽기업 등이 관심을 표하고 있다.
29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신한금융투자를 웅진코웨이 인수자문사로 선정하고 인수여부를 검토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개입찰을 통해 신한투자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인수를 살펴보고 있다”며 “하이마트 매각 상황에 따라 둘 다 참여할 지 말 지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2009년 OB맥주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18억달러(2조3000억원)를 써낸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스 크라비스 로버츠(KKR)에 밀렸다. 당시 롯데칠성(005300)은 10억달러를 써 고배를 마셨다.
3년이 지난 지금 OB맥주의 매각가치는 3조원안팎으로 추정된다. 3년새 30%나 비싸진 것. 롯데는 2015년 충주에 맥주공장을 신설한다고 선언했지만,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OB맥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롯데가 웅진코웨이에 대한 인수의지가 높다면, 이번에 적정가격을 써내 사모펀드들을 제치고 인수하는 게 OB맥주의 전철을 밟지 않는 방안이다.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우리투자증권은 자금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모펀드들을 위해 매각자금융(스테이플 파이낸싱)까지 준비하고 있어 웅진코웨이의 매각가격이 얼마나 높아질 지도 관심이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스테이플 파이낸싱으로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며 “웅진코웨이의 경우 상장사인만큼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형식의 단순한 인수금융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웅진코웨이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롯데는 코웨이가 아닌 하이마트(071840) 인수에만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계 IB관계자는 “하이마트의 경우 선종구 회장 퇴진이후 경영불안 등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있어 사모펀드들의 참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그만큼 경쟁이 낮아져 과도한 출혈경쟁을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코웨이 인수의지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롯데와 딜을 많이 해온 메릴린치가 아니라 신한금융투자를 주관사로 선정한 것은 낮은 수수료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캠코가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0.05%의 수수료를 받고 매각주관사를 따낸 것처럼 롯데에게도 실비수준의 수수료만 받기로 하고 인수주관사를 따낸 것 같다”고 말했다. 워낙 짠돌이로 알려진 롯데에게는 성공적 인수전략보다 낮은 비용부담이 우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롯데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2조6908억원으로 현대차, 삼성, LG그룹에 이어 4위에 랭크됐다. 롯데쇼핑(023530)의 경우 지난해 연간 EBITDA는 1조6300억원이고, 1조53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중이나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2조6700억원에 달한다.
한편 웅진코웨이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오는 9일 예비입찰제안서(LOI)를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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