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성우 기자] 국내 투자은행(IB)들의 배짱이 두둑해졌다. 대우증권(006800)이 기업공개(IPO) 공모시장에서는 처음으로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청약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IB업계로 확산될 조점이다. 최근 해외 마케팅에 자신감이 붙은 국내 IB들의 높아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8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휴비스 상장 단독주관회사인 대우증권은 다음달 13~14일 상장공모 때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청약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앞서 2월6~7일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배정받은 주식을 청약하려면 청약금액의 1%를 내라는 것. 국내 IPO 공모시장에서 국내 IB가 해외 투자자들에 청약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외국계 IB들은 당연하게 받고 있다"며 "우리도 해외 세일즈에 대해 서비스의 댓가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국내 IB들은 해외 기관들에 아쉬운 소리를 많이 해야 했다. 상장 공모물량 소화와 흥행을 위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청약수수료 면제라는 메리트를 줬던 것도 이 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고 말했다.
양상은 달라졌다. 2010년 9월 상장한 현대홈쇼핑(057050) 이전까지 국내 IPO주에 대한 해외 마케팅은 외국계 IB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후 국내 IB들이 단독으로 해외 세일즈에 나서기 시작한 이래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아울러 해외 기관들의 수요 또한 탄탄해지고 있다는 점도 청약수수료 부과의 한 배경이다.
현대홈쇼핑(공모금액 2700억원)의 수요예측엔 87곳의 해외 기관이 참여해 2조7931억원이 넘는 물량을 신청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GS리테일(007070)(3003억원)은 65개사 8988억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1860억원)는 55곳 7조5800억원에 달했다. 24대 1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을 보인 두산엔진(082740)(1351억원)의 경우도 해외 기관들의 청약물량이 43.5%나 됐다.
해외 투자자 모집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는 국내 IB들은 해외 세일즈도 단독으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들이 먼저 한국의 IPO주에 관심을 가질 만큼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며 "청약수수료를 면제해주면서 까지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해외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청약수수료 부과 방침은 대우증권처럼 자체적인 해외 세일즈 네트워크를 갖춰놓은 IB들을 중심으로 확산될 분위기다. 우리투자증권(005940) 관계자는 "외국계 IB들과 동등하게 청약수수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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