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헝가리 정부는 지난달부터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 유럽연합(EU), IMF와 예비협상을 시작했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중앙은행법이 개정되자 IMF는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IMF와의 협상중단에도 오르반 총리는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력으로 설 수 있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으나,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운 포린트화의 급락세에 위기감을 느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주 1유로당 324포린트까지 치솟으며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포린트화는 정부의 태도 변화로 6일 유로당 316포린트 선으로 내린 수준에서 거래되며 안정세를 회복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피치는 지난해 12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이어 헝가리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BB+`로 하향하고 IMF의 금융지원이 더 늦어질 경우 추가로 헝가리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헝가리 정부가 개정된 중앙은행법을 다시 고칠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교착 상태에 빠졌던 IMF, EU와의 금융지원 협상은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헝가리 정부가 IMF와 EU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지에 따라 협상 재개 시기는 미뤄질 수 있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헝가리 개정법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규정한 EU 조약에 들어맞는 지에 대한 검토가 "수주일 걸릴 수 있다"며 검토가 끝난 뒤에야 금융지원 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헝가리가 당장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지만, IMF의 금융지원이 계속 지연되고 안정세를 찾았던 포린트화가 다시 요동칠 경우 헝가리 재정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오르반 총리의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국민 시위가 확산되면서 헝가리의 정치 상황이 불안해지는 것도 헝가리 재정 위기 확산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여 년 전 학생신분으로 헝가리의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던 오르반 총리가 집권 여당과 기득권층을 위해 헌법을 개정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며 정치불안 상황이 시장의 불안을 추가로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