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정부가 장고 끝에 DTI 한시 폐지 카드를 내놓았지만 얼마나 약발을 받을 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집값이 당분간 떨어질 것이란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 대출 한도를 늘려준다고 해서 매수세가 살아나겠느냐는 지적이다. 현재도 DTI 평균 활용률이 20% 안팎에 그친다는 점이 이를 말해 준다.
윤진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정책 완화만으로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 `못 사는 것` 아니라 `안 사는 것`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거품이 꺼지는 대세 하락기로 보거나 큰 주기적 흐름상 침체기를 맞은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안 사는 것`이므로 대출 여력을 키워도 매수세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하반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는 점도 매수세 회복을 점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 대출자들의 DTI 비율이 한도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서울지역 DTI 평균 비율은 23%, 강남 3구(서초·송파·강남구)가 30%로 DTI 한도인 40~50%보다 훨씬 낮다.
◇ 700조 넘은 가계부채 관리 지연 우려
DTI 완화가 거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면서 가계와 금융 건전성만 해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성달 경실련 간사는 "DTI 규제는 근본적으로 소득과 비교해 부채 비중을 관리하는 것인데 이를 풀어주면 그만큼 가계건전성을 저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DTI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금융 건전성 확보 제도이며 부동산 시장과 연계된 제도가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지난 26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11조원으로 사상 처음 700조원을 돌파했다. 전 분기와 비교해 15조원이 늘어나는 등 증가폭도 크다.
DTI 완화가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부분적인 수요를 진작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계와 금융권에 적지 않은 내상을 입힐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DTI 완화가 중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단기적이고 국지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면서 "가계부채를 줄이고 관리해야 하는 시점인데, DTI 완화로 인해 지연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DTI 완화가 금리 인상을 보다 용이하게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27일 보고서에서 "규제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데에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며 9월 중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