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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카드 받은 한화, 거친 줄다리기 예고

정태선 기자I 2008.12.28 17:24:43
[이데일리 정태선기자] 강경하던 산업은행이 일단 한화그룹에 손을 내밀었다.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사실상 한달정도 유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입장을 28일 발표했다. 
 
납부연기를 주장했던 한화는 일단 산은이 내민 손을 잡기는 했다. 진일보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어쨋든 일단 악수를 나누고 협상 테이블에 들어가겠다는 모양새는 만들어졌다. 문제는 한달 유예기간 동안의 재협상이 원만한게 돌아가겠냐는 것이다.   
 
한화는 산은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자료에서 '추가 협상'이라는 단어를 사용,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산은은 한화측의 성의있는 자세와 노력을 강조, 양자간 추가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화, "협상카드 다시 받기는 하는데.."

한달동안 시간을 벌어들인 한화는 `벼랑끝 협상 전술`로 산업은행을 압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조선업 경기 냉각 등을 이유로 최악의 경우 인수 무산 가능성까지 한화측은 염두에 두고 있다.

한화(000880)가 애초 내세운 최종 가이드라인은 인수대금 납부기간 연장과 함께 정밀실사를 실시하거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을 경우 무모하게 리스크를 떠안고 현재 시장가보다 3배나 높은 가격을 주고 대우조선을 인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산업은행이 이날 제시한 협상카드를 보면 한화측이 지난주 제시한 `인수대금 기간 연장`에 대해선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본계약 한달유예 정도 수준으로 갈음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화측이 원할 경우 자산을 매입해주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정밀실사 후 본계약`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빠져있다. 

◇"벼랑끝 전술 지속"...기간연장·실사 요구

'원칙대로`만을 고수했던 산은과 '포기불사'까지 내비쳤던 한화가 한달동안의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임에 따라 당장의 파행은 피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협상과정이 산 넘어 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우선 자산매입 문제. 산은은 이날 "한화그룹의 보유 자산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화컨소시엄의 자체 자금 조달에 협조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한화의 대한생명 지분과 한화리조트, 갤러리아백화점, 장교동 빌딩 등의 매각을 요청하고, 시장 상황 악화에 따른 매각가치 하락을 감안해 산업은행 PE(Private Equity)가 우선 지분을 넘겨받은 뒤, 향후 매각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금납부 시한 연장의 명분을 얻을 수 있고, 한화 역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덜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화측은 협상과정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한화측 관계자는 "현금 대신 계열사의 자산으로 현물을 받겠다는 것이지만, 자칫 알짜자산을 산은측에 헐값에 넘기고 협상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고 말해, 한화측의 우려스런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대우조선 실사에 대해 끈질기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화측이 대우조선 실사를 통해 깎을 수 있는 가격조정폭은 계약대로라면 3%이내.

그러나 기존 수주물량이 취소되거나 신규수주 감소, 숨은 부실 등이 발견될 경우 인수가격조차 큰폭으로 재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다.

원점에서 다시 대우조선 입찰할 경우, 현재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6조원 이상을 주고 인수할 기업을 찾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충분히 활용해서 한화측은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향후 특혜시비 등을 의식, 원칙을 주장하고 있는 산업은행으로부터 파격적인 조건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전은 여전히 `안갯속`을 헤메는 분위기다.  산은과 한화측의 거친 밀고 당기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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