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이탈리아·독일 은행들 자산 7억유로 이상 압류

방성훈 기자I 2024.05.19 11:16:53

러 법원, 자국 내 유럽 은행들 자산 동결·압류 판결
우니크레디트·도이체방크·코메르츠방크 등 대상
러 기업, 獨과 합작사업 중단에 보증금 지급 소송 결과
"ECB 요구 따른 출구전략 제동…러 제재 중 최대 수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 법원이 이탈리아와 독일 은행들이 보유한 7억유로(약 1조 310억원) 이상의 자국 내 자산을 압류했다.

(사진=AFP)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재 법원은 지난 16일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의 주식, 부동산 계좌 등 4억 6300만유로 상당의 현지 자산에 대해 압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우니크레디트 전체 자산의 약 4.5%에 해당하는 규모로, 압류 자산엔 우니크레디트뿐 아니라 러시아 자회사인 우니크레디트 리싱, 우니크레디트 가란트의 주식 및 현금 등이 포함됐다. 같은 날 또다른 법원 판결에서는 독일 도이체방크의 2억 3860만유로 상당의 자산이 동결됐다.

이는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의 자회사인 RCA가 이들 은행을 상대로 자산 동결·압류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판결이다. RCA는 독일 엔지니어링 업체인 린데와 발트해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를 건설하는 합작 프로젝트 진행해왔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사업이 중단됐고, RCA는 사업을 보증한 은행들이 계약에 따른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중재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우니크레디트와 도이체방크 외에도 독일 코메르츠방크, 바이에른 주립은행,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립은행 등이 피소됐다. 러시아 법원은 17일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러시아 내 계좌, 증권, 모스크바 건물 등에 대해서도 자산 압류 결정을 내렸다.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RCA는 9490만유로 상당의 자산을 동결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또 서방 은행들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매각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업 매각을 위해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FT는 부연했다. 러시아 법원은 지난달에도 크렘린궁이 운영하는 대출기관 VTB의 소송 제기에 따라 JP모건체이스로부터 4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압류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우니크레디트 등 유럽 은행들은 러시아 법원의 판결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자체 평가에 착수했다. FT는 “서방 은행들이 러시아 내 사업을 대부분 철수하거나 축소한 가운데 러시아가 가한 최대 규모 제재 중 하나”라며 “유럽 은행들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러시아에서의 출구 계획을 가속화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러시아 법원의 결정은 유럽연합(EU)이 최근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를 공동 구매하기 위해 러시아의 해외 동결 자산에서 발생한 30억유로의 이자 수익을 사용하겠다고 합의한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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