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판단, 나이 제한 등 대출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이다. 지난 18일 NH농협은행은 7월부터 선보인 50년 만기 상품을 ‘재원 소진’을 이유로 이달 말까지만 판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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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만기 연장 상품을 내놓은 것은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작년 5월부터 주담대 최장 만기가 35년에서 40년으로 연장됐고, 당국은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청년층과 신혼부부 한정으로 50년 만기 정책모기지를 선보였다.
이후 올 1월 한화생명이 시중 금융권에서 처음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선보인 이후 Sh수협은행이 같은 달에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하며 시중은행으로 확산했다. 7월에는 NH농협은행이 5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 대출기한을 50년으로 연장했다. 이어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도 유사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뒤늦게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금융당국은 만기 연장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져 총 대출한도가 늘어난다는 점이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DSR 무력화’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주택 관련 규제 완화까지 겹치자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잔액이 연달아 늘어나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내 집을 장만하려고 준비 중이던 금융 소비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올해 중 주택 매입을 계획했던 전승현(45·가명)씨는 “지금 받으면 95세에 만기라지만 그때까지 빚을 갚는 사람이 실제 몇 명이나 되겠느냐”라며 “원리금 상환 규모를 늘리더라도 더 목돈을 대출받아 일생의 목표인 내 집 마련을 실현하겠다는데, 이렇게 대책을 손바닥 뒤집듯 진행하면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냐”라고 분노했다.
올 초 하반기 중 전세 만기에 맞춰 50년 주담대를 알아보던 이모(41)씨는 “나이 제한을 서른 몇 살로 둔다는 얘기도 나오던데 실제 30대보다 40대가 가장 주담대를 필요로 하는 것 아니냐”라며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상환 능력도 충분한 세대인데 일괄적인 50년 만기 상품 축소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씨는 또 “주택 매입 타이밍은 앞뒤로 물린 입주자와 일정을 맞춰야 하는 등 차주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인데 이처럼 정책 연속성이 없으면 어떻게 믿고 막대한 액수의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당국의 50년 상품 축소 시그널에 은행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나올 지에 따라 주담대 상품 구성과 조건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