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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7년 만에 해외에 핵무기 배치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러시아24 방송과 인터뷰하며 “7월 1일까지 벨라루스에 (러시아) 전술핵무기 보관을 위한 특수 시설 공사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유명하고 매우 효과적인 (전술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스템을 벨라루스에 전달했다”고도 말했다. 또한 벨라루스 군용기 10대도 전술핵 탑재를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다음달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동원한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술핵무기는 특정 전투에서 사용하기 위해 소형화한 핵무기다. 도시·지역 단위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보다는 위력이 작지만 반경 수㎞를 초토화할 수 있다. 러시아는 약 2000기에 달하는 전술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전술핵무기가 배치되는 벨라루스는 유럽 내 대표적인 친러 국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러시아군에 공격로를 제공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간접 지원했다.
또한 벨라루스는 폴란드·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 나토 회원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번 전술핵무기 배치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이들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미국 과학자 연맹에서 핵무기를 연구하고 있는 한스 크리스텐센은 “이것은 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전략의 일환”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러시아가 해외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건 1996년 이후 27년 만이다. 그간 러시아는 해외 미군 기지에 핵무기를 배치한 미국을 비판하며 자국의 도덕적 우위를 주장했다. 니콜라이 소콜 빈 군축·핵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항상 자랑스러워했다”며 “러시아는 그 원칙을 바꿨고 이건 매우 큰 변화”라고 말했다.
◇‘미국이 하면 우리도’ 푸틴, 핵확산 체제 무력화
핵무기 미보유 국가였던 벨라루스에 러시아 핵무기가 배치되면서 핵 비확산 체제가 더욱 무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푸틴 대통령은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장거리 핵탄두 숫자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상호 사찰을 허용하기로 한 핵 군축 조약이다. 푸틴 대통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장거리 전략폭격기 등 3대 핵전력 증강도 천명했다.
국제 NGO인 ‘핵무기 폐지를 위한 국제캠페인’은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오판·오해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핵무기 공유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런 논란을 의식하듯 이날 미국을 겨냥해 “미국은 오랫동안 동맹국 영토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이 하는 만큼 러시아도 똑같은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란 뜻이다.
미국은 아직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아직 전략 핵 태세(핵전략)를 바꿀 만한 사유나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 중이란 징후는 없다”며 “미국은 나토의 집단방어태세에 집중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다만 미 재무부는 민주주의 탄압과 우크라이나 침공 지원을 이유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겨냥한 제재안을 24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