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종적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승리한 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FT는 이 지사가 내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5년 임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해 왔다면서, 이로써 한국은 국가 기본소득을 채택한 첫 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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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기본소득 공약, 저소득층으로부터의 인기 요인
이 지사는 임기 중 실현 가능한 부분에서만 전 국민 기본소득제를 실시하겠다면서 우선 모든 국민에게 처음 연간 100만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월 50만원 상당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FT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기본소득제를 뿌리 깊은 빈곤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비대해진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룰러 기본소득제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론자들의 의견도 소개했습니다.
기본소득제의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이 지사의 파격적인 공약이 인기의 일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FT는 분석합니다. 그의 △공격적인 복지 지출 △ 저가의 공공주택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값싼 대출 등에 대한 약속이 이 지사의 지지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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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도 주택 관련 ‘파격 공약’ 제시 나서
이 지사의 인기에 자유 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보수 정당에서도 복지 관련 공약을 일부 수용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해 전 국민적인 불만을 산 부동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단연 높습니다.
2017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을 잡기 위해 20회가 넘는 정책을 내놨지만, 그러는 사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FT는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100만달러(약 12억원)에 달한다”라며 “이는 한국인이 넘기 어려운 문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민의힘 대선 주자 1위 후보인 윤석열 전(前) 검찰총장은 파격적인 주택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청년층을 위한 ‘청년원가주택’을 임기 중 30만호 공급하고, 청년 신혼부부를 위해서는 시세의 50~70% 수준 역세권 주택을 20만호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같은 당 홍준표 의원 또한 서울 강북 지역의 재개발을 통해 시세의 4분의 1 가격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쿼터 아파트’ 공약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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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 가능성 의문…포퓰리즘 우려 지적도
이런 분위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로 집권했던 5년 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 FT의 설명입니다. 당시에는 부패,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이슈였다면, 지금은 불평등 해소가 가장 큰 쟁점이 됐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한국의 빈부 격차가 빠르게 벌어졌다고 점도 이같은 추세를 부추긴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각 후보들의 공약이 지속 가능한지는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홍콩계 증권사 CLSA의 폴 최 이코노미스트는 “이 지사의 승리는 단기적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라면서도 “아시아에서 4번째로 큰 경제 대국의 장기적 건전성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유권자들이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상관 없이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유권자들은 불평등을 해소할 공약을 내건 후보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역설적으로 공약의 현실성에는 무게를 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은 포퓰리즘이 지배할 것”이라면서 “각 후보들의 공약이 얼마나 그럴듯한 지와는 상관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