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의 한국자생식물원
멸종위기, 희귀식물 등 수천종 보유
아늑한 북카페 ''비안'', 힐링 명소로 인기
| 한국자생식물원의 겨울은 꽃이 없는 대신 북카페 비안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볼 수 있다. |
|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평창에서 북쪽 끝에 자리한 오대산. 이 산자락에는 한강의 발원지인 우퉁수와 천년고찰인 월정사, 상원사 등 유명한 관광지가 제법 많다. 산 아래로 내려오면 지난여름 재개장한 ‘한국자생식물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식물원이다. 산림청이 직접 사립 식물원 1호로 지정했을 정도. 2011년 화재의 후유증으로 2012년 문을 닫으며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로부터 8년 후. 2020년 6월 6일 다시 문을 열었다.
사실 이 식물원은 재개원과 동시에 매스컴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아쉽게도 식물원의 재개장이 아닌, 식물원 야외에 전시한 작품인 ‘영원한 속죄’ 조형물이 구설의 중심이었다. 소녀상 앞에 남자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사죄하는 모습의 조형물이었다. 이 모습이 일본 아베 총리를 암시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당시에는 외교 문제로 불거졌을 정도다.
| 한국자생식물원의 겨울은 꽃이 없는 대신 북카페 비안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볼 수 있다. |
|
사실 이 식물원은 조형물이 아닌 식물이 주인공이다. 이곳에는 멸종위기 지정식물이 무려 30종 이상이 있다. 여기에 희귀식물 900여종 중 500여종, 450여종의 한국특산물 중 250여종을 이 식물원이 수집해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사립 식물원에서 말이다. 봄이면 얼레지·노루귀·처녀치마 등의 식물들이 꽃을 피워내며 자신을 뽐내고, 여름이면 하늘나리며 뼈꾹채, 뼈꾹나리, 섬초롱꽃 등이 비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또 가을이면 산국·구절초·개미취 등의 국화과 식물과 용담·솔채꽃 등이 가는 가을을 아쉬워한다.
겨울에는 꽃 대신 책이 자리한다. 북카페 ‘비안’은 쉽게 말해 도서관이다. 식물원이 단순히 꽃을 보고 즐기는 곳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힐링의 장’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 도서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이곳 주인장의 설명이다. 이 도서관은 기증 도서로 꾸며졌다. 도서관 한쪽 구석에는 숲속판매장이 있다. 꽃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전시해 놓았다. 도자기 그리기나, 압화 부채 만들기 등의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한쪽에서는 최근 인기인 ‘불멍’을 할 수 있는 난로도 있다. 여행길에 잠시 시간을 내어 쉬었다 가기 좋을 정도로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 한국자생식물원에 전시중인 작품인 ‘영원한 속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