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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뇌조절기능 망가뜨리는 마약... 중독치료 없인 재범 악순환

이순용 기자I 2020.10.23 06:00:00

뇌 중추신경에 작용, 중독은 물론 과복용 시 사망까지 이르게 해
마약 중독, 처벌과 함께 사회도 되돌아갈 수 있는 치료 시스템 마련되어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폭력조직, 일부 상습 마약 사범들에서 은밀하게 거래되던 불법 마약은 최근 텔레그램, 다크웹 등 단속과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직장인과 학생, 주부 등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지면서 불법 마약은 소리 없이 대한민국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22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2019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9년 마약류 사범은 1만6044명으로 전년도 수치(1만2613명)보다 27.2% 늘었으며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내 마약 사범에 대한 처벌이 절대 가볍지 않은 가운데서도 마약류 사범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재범률도 높다”며 “마약 중독은 뇌의 보상회로에 영향을 미쳐 도파민의 분비를 과도하게 활성화해 조절능력을 상실하는 뇌 질환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나, 처벌만으로 재범을 막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뇌 중추신경에 작용, 중독은 물론 과복용 시 사망까지

기존에 거래되던 마약류는 헤로인, 코카인, 대마초 등이 대표적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 엑스터시(MDMA), 메스암페타민(필로폰), LSD 등 신종 마약 거래가 크게 늘기 시작해 최근에는 액상 대마, 쿠키와 젤리 등 그 형태와 종류가 다양한 신종마약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는 추세다. 국내 법률로 정할 때 마약의 종류는 약 390가지 정도로 그 중 향정신성 의약품 257개, 마약류 129개, 대마와 관련된 것이 4종류다.

마약은 우리 뇌의 중추신경에 작용해 뇌의 기능적 변화를 일으킨다. 약물과 같은 인공 보상물은 뇌의 기저핵에서 인체 내의 천연 오피오이드(엔돌핀) 등 신경 전달물질의 폭발적인 분비를 유발해 그 결과 ‘쾌감’과 ‘행복감’ 등을 느끼게 된다. 또한, 중뇌에 있는 복측 피개 영역(VTA)과 전두엽, 중격 측좌핵으로 이루어진 보상회로가 자극받아 도파민을 과도하게 분비하면 이러한 쾌락적 활동을 반복하도록 강화하고 조절능력을 상실해 중독에 빠지는 것이다.

중독뿐만 아니라 약물 과다 복용 시 부작용 등 사망의 위험도 크다. 필로폰과 코카인 등의 중추신경 흥분제를 과다 복용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해 심박동수가 급증하고 반대로 헤로인, 코데인, 모르핀(아편) 등 중추신경 억제제는 호흡이 느려지고, 혈압과 체온이 내려가 급성 심정지, 심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마약 중독, 처벌과 함께 사회 복귀 치료시스템 마련돼야

마약 중독과 마약 관련 범죄가 증가하는 원인 중의 하나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이에 따른 재범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전체 마약 사범 1만2613명 중 36, 6%(4622명)가 다시 마약류 범죄로 처벌받았다.

중독과 재범의 고리를 끊으려면 ‘치료’가 필수다. 국가 차원의 ‘치료보호’, ‘치료감호’ 제도가 존재하지만, 그 활용도는 매우 낮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료보다는 단기간 상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현 제도만으로 범죄율을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해국 교수는 “중독 치료 없이 사회도 돌아간 마약 중독자, 범죄자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이러한 괴로움을 잊기 위해 다시 마약에 빠져들며 악순환을 반복한다”며 “따라서 중독 치료 없이 처벌만으로 중독과 범죄를 줄이기 어렵다. 강력한 처벌과 더불어 사회 일원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중독 치료와 교육 등의 제도적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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