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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과 동물인 주꾸미는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데, 특히 9월부터 11월까지 오천항 주변해역은 주꾸미 낚시객의 천국이다. 올가을 낚시예약이 주말은 물론 평일마저도 이미 여름이 오기 전부터 마감이 된 상태라고 한다. 지난 2월부터 두 달간은 낚시업계가 스스로 영업을 중단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해왔다. 5월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금어기, 장마와 태풍으로 낚시객의 발길이 줄어 지역의 어려움도 점차 커졌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9월1일부터 주꾸미 금어기가 해제되었기 때문이다. 오천항을 포함한 서해는 이른 새벽부터 불야성을 이룬다. 긴 칼 대신 낚싯대를 매고, 등불을 환하게 밝힌 낚시 어선에 오르는 강태공들의 표정에는 마치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겠노라고 출정하는 수군들의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이 지역에 신고된 낚시 어선은 총 495척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다. 작년에 총 3만5000척이 출항했다.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2만3000척이 출항해 가을 낚시의 비중은 무려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리고 연간 54만명의 이용객 중 70%인 38만명은 가을에 이곳을 찾는다. 이용객 수로는 전국 최대 규모이다. 여기에 레저기구를 이용한 낚시활동은 물론 신고 없이 출항하는 소형 고무보트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많아진다.
낚시 어선 사고도 절반 이상은 가을에 발생한다. 2년 전 수도권에서 충돌 사고로 낚시객 15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기도 했다. 해양경찰이 ‘구명조끼 입기’를 홍보하고, 연중무휴 단속하며 점차 질서가 잡혀가고 있지만, 여전히 최우선으로 관리해야 할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에는 낚시 어선의 부주의로 혼자 낚시 중인 고무보트를 충돌한 사례가 있다. 구명조끼를 입은 피해자는 충돌 직전에 바다로 뛰어들었기에 큰 화는 면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도 높게 시행하고 있지만 바다낚시 이용객은 작년 같은 시기보다 부쩍 늘었다. 평일에는 하루 평균 8000명이 주말에는 1만명이 넘게 찾아오니 사상 최대라고 할 수 있다.
방역을 위해 보령시의 지원으로 해양경찰이 협조하고 특히 낚시업계가 자발적으로 동참해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형 검역소를 24시간 운영 중이다. 영화 ‘명량’에서도 보듯이 고뇌에 찬 이순신 장관과 수군들 그리고 이들을 돕는 백성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불현듯 스쳐 간다.
안전도 챙기면서 코로나19에 지친 마음까지 챙기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코로나19에는 마스크, 바다에서는 구명조끼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