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개성 연락사무소의 폭파를 경고한 지 3일 만에 실행에까지 이르면서 명실상부한 2인자로서의 역량을 보였다. 다만 김 부부장은 공식 직책으로만은 이 같이 평가하긴 어렵다. 북한 노동당 통전부가 김 부부장을 “대남사업을 총괄”한다고 굳이 소개하는 배경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는 개성 연락사무소의 폭파 이후 NSC를 긴급 소집했지만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 전체회의가 아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NSC 상임위 형태로 회의를 진행했다. 1시간30분 가량의 회의 이후에는 김 차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차장은 “정부는 오늘 북측이 2018년 ‘판문점선언’에 의해 개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라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면서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가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 2017년 북한이 연일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던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그 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인식이 읽힌다. 아울러 NSC 전체회의가 아닌, NSC 상임위의 입장을 사무처장인 김 차장이 알렸다는 점에서 가능했다.
북한이 대남 공세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김 부부장 등이 나서고 있듯 우리도 김 차장에게 마이크를 쥐도록 해 보다 강력한 대응 메시지를 날릴 수 있었던 셈이다. 문 대통령을 뒤로 물리고 정 실장을 앞세워 NSC 상임위를 통한 강력 대응 시그널에 컨센서스를 확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파괴하기 하루 전인 15일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16일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제의한 제4차 남북 정상회담의 유효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남북간 언사가 점차 거칠어지고 있지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신뢰는 아직 남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