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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상권이 면세점-소상공인 상생 최적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유근일 기자I 2015.10.28 08:02:15

"시내면세점 허가기준에 소상공인 상생배점 늘려야"
매분기 대기업 상생 실태 조사나설 것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시내 면세점 특허는 소상공인과 장기적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업체에 주어져야 합니다. 지역 상권과 면세점을 효율적으로 연계해야만 소상공인은 물론 관광산업도 살릴 수 있습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사진)은 26일 서울 태평로 한 음식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면세점 사업자들은 방송 특혜보다도 더한 기득권 특혜를 받아온 셈”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제는 면세점 사업이 면세점만 잘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권과의 연계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며 “면세점이 입점한 지역을 우리도 로스엔젤레스(LA)의 비버리힐즈처럼 관광타운으로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달 초 예정된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관세청이 지역 상권과의 연계성과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가능성에 가장 큰 심사 비중을 둬야 한다”며 “상생을 명목으로 재벌 일가가 단순히 돈을 내놓는 것이 아닌 주변 상권을 함께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상권을 고려하지 않은 면세점 선정은 결국 “관광객들이 면세점만 들렀다 돌아가는 꼴”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같은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반영하듯 실제 시내면세점 특허 경쟁에 나선 대기업들은 저마다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핵심 가치로 내걸고 있다.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신세계(004170)두산(000150) 모두 26일 시내면세점 사업설명회를 갖고 상생방안을 선보였다. 이날 신세계 측은 “5년 동안 매출 10조원을 올리고, 중소기업과 지역상권 상생을 위해 27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같은 시간 두산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을 열었고 박용만 그룹회장은 100억원의 사재를 이 재단에 출연했다. 롯데 역시 신동빈 회장이 시내 면세점 사업을 위해 사재 1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발표했다. 27일 SK네트웍스(001740)도 사업설명회를 열어 총 8200억원의 면세점 투자비 중 2400억원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저마다 상생안을 내거는 것은 사회공헌·상생과 같은 항목이 사업자 심사과정에서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지난 4월 공개한 평가기준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 공헌도’,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가 전체 1000점 중 각각 150점을 차지한다.

최 회장은 “지난 1차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기업들의 상생 노력은 심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이번 시내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는 후보기업의 상생 협력 방안에 대한 평가비중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과 SK네트웍스는 동대문에, 신세계는 남대문에 면세점 입점 계획을 갖고 있다.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업체 모두가 기존 상권과 밀접한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동대문과 남대문 모두 서울 시내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이 있는 지역”이라며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기존 소상공인과의 상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특히 동대문 상권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동대문 지역에는 신평화시장 등 각종 시장과 의류 상가 등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지만 이런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찾아도 찜질방이나 PC방 정도 밖에 찾지 않는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쇠락한 동대문 상권을 살리는 데 면세점 입점이 어느 지역보다도 지대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확신했다.

최 회장은 이날 “앞으로 연합회가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연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다음달부터 연합회 소속 단체장 등을 대상으로 업종별·분야별 우수 상생 대기업 설문조사를 진행해 정기적으로 발표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소상공인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대기업의 상생 실천 의지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연합회 소속 관계자들 500여명을 대상으로 가장 ‘갑질’을 많이한 기업과 상생을 잘한 기업을 선정해 매 분기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 지나치게 제조업 중심으로 흘러갔던 경향이 있다”며 “그간 제조업 중심으로 치우쳤던 정책 방향에서 벗어나 주무 관청인 중소기업청도 서비스업 측면에서 소상공인 정책을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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