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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브리핑]적시타가 필요한 때

안혜신 기자I 2014.07.28 08:11:04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야구에는 ‘잔루’라는 개념이 있다. 주자가 루상에 나가기는 했지만 후속 적시타가 없어 결국 점수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야구팬 입장에서 가장 끔찍한 상황은 ‘잔루 만루’다. 만루는 만들어지기 어렵지만 한번 만들어지면 점수가 나기 쉬운 찬스다. 이 찬스에서 호쾌한 한방은 커녕 타자가 힘없이 물러날때의 답답함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지난 3년간 오매불망 박스권 탈출만을 기다렸던 코스피는 이번 주 만루라는 기회를 만들어놓고 박스권 탈출을 위한 적시타 한방을 기다리고 있다.

일단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쏟아지고 있는 펀드 환매 물량은 여전히 증시를 짓누르고 있지만, 기관의 매도 움직임이 과거와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코스피 지수가 2030을 넘어서면서 환매 매물 역시 어느 정도 소화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환율 문제도 다소 완화될 조짐이다. 한 때 세자릿수까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웠던 달러-원 환율은 어느새 1030원대에 근접했다.

베일을 벗은 ‘최경환 노믹스’ 정책 방향에 시장은 실망감보다는 기대감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주와 증권주는 정책 발표 이후에도 차익 매물 실현 없이 굳건한 상승세를 유지했다. 정부 정책에 환율까지 고르게 박자가 맞아 떨어진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서 적시타를 날려줄 수 있는 타자로 기업 실적이 대기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기업 실적의 분위기는 크게 나쁘지 않다. 어닝쇼크로 실적 발표의 포문을 연 삼성전자(005930)가 눈높이를 낮춰준 탓인지 오히려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한 듯 싶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악재는 있다. 지난주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낸 미국 아마존이나 살아나는 분위기 속에서 담합으로 사상 최대 과징금을 맞게 된 국대 대형 건설사들, 미국의 양적완화(QE3) 축소 등은 당장 오늘이라도 증시를 압박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변수는 언제든 발생하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자의 기본적 실력, 즉 펀더멘털이다. 이번 만루 찬스가 기다리던 적시타로 이어질 것인지 잔루 만루로 남을 것인지 여부는 타자의 그동안 실력을 따져보며 차분히 기다리면 된다. 만루에 대한 흥분을 잠시 가라앉히고 발표되는 기업 실적을 보며 펀더멘털을 냉정하게 판단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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