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KDB대우증권은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 참여가 경제적 후생을 증가시킬 수도 있겠지만 일본과의 교역에는 부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일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실질적으로 한일간 자유무역협정(FTA)를 맺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아직 한국 산업계의 일본공포증이 크고 관세율 측면에서 한국이 더 양보할 여지가 많다”며 일본의 비관세 장벽 역시 공고한 벽“이라고 강조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TPP 참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기존 참여국과 예비 양자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다자간 FTA로 상품, 서비스와 투자, 통상규범 등을 일괄타결하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를 추진한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뉴질랜드,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가 참여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TPP가 체결되면 한일FTA가 실질적으로 발효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일본과의 교역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은 2003년 양자 FTA를 추진한 바 있지만 우리 산업계와 일본 농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김 연구원은 ”아직 IT를 제외할 경우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일본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많지 않다“고 우려했다.
관세에서도 한국이 손해다. 한국의 주요 공산품 수입관세는 8%대이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관세가 낮은 점도 문제라는 평가다. 현재 일본의 자동차와 가전에 대한 수입관세는 0%대다. 김 연구원은 ”TPP가 체결돼도 한국 기업이 일본과의 교역에서 관세 철폐로 얻을 실익은 거의 없지만 일본 기업은 엔화약세와 더불어 관세 철폐라는 이중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 시장의 계열 거래 관행이나 행정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이 높기 때문에 관세율이 인하되도 우리 수출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FTA가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에 대한 집중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다분히 장기적이고 동태적“이라며 ”이에 비해 관세 철폐는 보다 직접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추진되는 TPP의 경우 미국의 중국 견제 목적이 있다는 점을 미국 관료들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만큼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한다는 상황 자체가 한국에게 또다른 비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