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득이’는 한국 영화로선 드물게 다문화 가정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완득이는 떠돌이 장사하는 난장이 아버지와 필리핀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고교생이다. 어머니는 생활고로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하루하루 춤을 춰 사람을 불러모아 장사를 한다. ‘비뚤어 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의 대부분이 달동네 주변인, 장애인, 결혼이주 여성 등 우리 사회 소외계층이다.
실제로 다문화 가정 대부분은 소외, 빈곤계층이다. 정부가 4대 취약계층으로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층에 이어 다문화 가정을 새로 포함할 정도다. 최근 생활정치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국제결혼의 이혼 건수는 늘고 있다.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의 이혼 증가율은 무려 44.5%에 달한다. 두쌍 중 한쌍 꼴로 이혼한 셈이다. 2005년 이혼 숙려제도의 도입 이후 전체 이혼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전체 결혼 이민자 가구 중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가 절반이 넘은 52.9%라는 통계도 있다. 가정해체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의 교육 현실이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의 학교 중도 탈락은 전체 초등생중 10%로, 일반학생 0.06%에 비해 166배, 중학생은 20%로 일반학생 0.09%에 222배다. 충격적이다. 고교를 무사히 졸업하는 주인공 ‘완득이’가 낭만적이다. 다문화 청소년의 중도 탈락은 이들 가정의 사회 적응력및 경제력 부족으로 인한 자녀의 언어습득을 포함한 학습능력 부족과 또래문화 체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연극은 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연극의 특성과 놀이성은 성장과정에 있는 청소년을 계몽할 수 있다. 연극은 ‘말하기’를 가르칠 수 있다. 연극배우가 무대에서 정확한 대사전달을 위해 발성법과 표현력을 반복 연습하듯 우리 말을 학습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희곡의 대사 및 등장인물 분석을 통해 ‘듣기’‘읽기’‘쓰기’도 함께 배울 수 있다. 훌륭한 국어선생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우리 말과 어머니의 말을 동시에 익히게 할 수 있다. 연극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삶의 방식을 익힐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손색 없다.
연극은 행동을 가르친다. 배우들의 무대에서 걷는 보행법은 실생활에서 다문화청소년들이 어떻게 당당하고 품위를 갖게 되는지 가르쳐준다. 어떤 자세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지 반복되는 신체훈련을 통해 알게 된다.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법과 또래 정서를 습득할 수도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은 외모의 차이를 차별로 느낄 수 있다. 연극을 이를 치유할 수 있다. 다양한 배역의 청소년이 모여 액션, 리액션을 반복 연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외모가 차별이 아닌 ’차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다수가 모여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협동심을 높여준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가르쳐 준다. 미국 고교 학생들이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은 스타를 꿈꿔서가 아니다. 좀 더 세련된 화술, 표현력을 배우기 위함이다. 졸업 후 사회생활에서 남들과의 보다 나은 소통과 친화력으로 더불어 잘 살길 위해서다.
서울시 교육청의 ‘2010~2011 다문화 가정 현황’을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학생수가 5222명에서 6837명으로 1년만에 무려 31%가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도 더 이상 단일 민족으로 불릴 수 없다. 제2, 제3의 완득이는 계속 태어날 것이다. 그들이 영화 속의 완득이처럼 가정이 복원되고 제대로 학교를 졸업해 우리사회 훌륭한 구성원이 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완득이’ 에게 연극을 배우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